속초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차제에 속초 전역에 난립돼 있는 공공 조형물을 전수 조사해 구조조정 작업뿐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공공 조형물’이란 공공시설에 설치하는 환경 조형물, 상징 조형물, 기념 조형물 등을 말한다. 공공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그 기준이 필요하다. 왜 그 조형물을 그곳에 설치하려는가 하는 명백한 이유가 요청되는 것이다.
그런데 속초시의 조형물 설치 현실은 난립뿐 아니라 예술적 자문이나 심의가 결여된 나머지 도시의 문맥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설치돼 도시의 정체성을 떨어뜨리고 시민적 자부심을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설악로데오거리 조성사업 때 설치한 조형물들이 현실을 대표한다는 지적이다.
공공 조형물 설치기준을 제시해보면 먼저 공공의 가치 구현과 도시경관과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고 관광지에 맞는 독창성과 조형성을 구현하고 특히 지역 정체성과 부합돼야 한다. 또한 설치장소가 적합한지, 접근이 용이한지, 주변 지장물이나 환경과 조화되는지 여부도 검토돼야 한다.
누누이 말하고 있지만, 유정충 선장의 동상이 엑스포장 변두리에 자리할 것이 아니라 황소광장에 위치해야 시민적 자부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본다.
지난 2004년 5월 속초시가 평화관광도시를 선포한 후 그 후속조치가 없다. 평화관광도시의 상징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수복기념탑을 중심으로 한 기념사업이나 활성화 방안이 있는가.
무엇보다도 난립된 공공 조형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례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이제껏 공공시설에 조형물이 건립된 것은 도로점용 허가와 공원 점용허가 등 개별법에 의한 허가만으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속초 평화의 소녀상 건립 논의
속초에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기 위한 준비모임이 지난 13일 낮 설악문화센터 내 화반에서 열렸다.
속초여성인권센터 강석태 이사장 주재로 열린 이날 모임에서는 더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준비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노력해 범시민 추진위원회로 출범하고, 평화의 소녀상 건립기금 모금에 착수해 내년 99주년 3·1절이나 8･15 광복절에 맞춰 제막식을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속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상호 사무국장은 “전국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주체가 다른데 범시민추진위원회, 지방자치단체, 청소년단체 등 다양하다”며 “평화의 소녀상 동상 형태도 앉은 자세와 서있는 자세로 대별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준비모임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장소로 속초엑스포공원, 시내 KT앞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시내 KT앞에 있는 조형물의 존재이유에 대해 되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워 공공 조형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소녀상 제작도 기존 작품에 매몰되지 말고 지역 작가들에게 새로운 소녀상 제작이 가능한지 협의하는 방안도 모색하자고 했다.
전국 평화의 소녀상 건립 사례
평화의 소녀상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조각가 김운성씨가 지난 2011년 한국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에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되었던 할머니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문의하자, 대책협의회가 수요시위 1천회를 맞아 비석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됐다. 평화의 소녀상은 부부 조각가인 김서경, 김운성씨가 함께 제작했는데 전쟁의 상처와 할머니들의 아픔을 형상화한 상징물이다.
‘강릉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5년 8월5일 광복70주년을 기념해 경포 3·1운동공원 내에 건립되었다. ‘강릉 평화의 소녀상’은 96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강릉지역 보훈단체 대표들이 강릉시장에게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건의해 이뤄졌고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동일하게 설치하자는 의견을 모아 강릉시가 3,3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동재질로 건립했다.
‘원주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5년 8월15일 원주시청공원에서 제막됐다. 시민사회단체, 대학, 광복회, 한국자유총연맹, 종교단체 등으로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후 시민캠페인, 시민 재능기부 평화콘서트, 위안부 할머니 초청강연회,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문화예술 공연 등을 통해 당초 목표액인 4,700만원을 초과한 5,200만원을 모금했다고 한다.
원주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5년 6월 전국에서 최초로 원주시 공공조형물위원회가 공공조형물 2호로 선정해 조례로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
‘거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4년 1월 거제시 장승포동 거제문화예술회관 소공원에 건립되었다. 소녀상은 청동으로 만들어졌고 그 옆에는 빈 의자, 검은 그림자와 흰 나비, 비문 등이 있다. 앉아 있는 소녀상과 달리 서 있는 모습이다.
충남 당진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모금 6,000만원으로, 부천 안중근 공원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모금 2,450만원으로, 부산 초읍어린이대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시민성금 4,250만원으로 각각 건립되었다.
공공 조형물 관련조례 제정해야
속초시도 공공 조형물 건립 및 관리조례를 제정해 공공시설 점유 사용허가 전에 조형물 설치의 필요성, 대상지의 적합성, 주민의견 수렴을 포함한 사전타당성 조사의견서와 기부채납서 등을 첨부해 관련전문가로 구성된 조형물건립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건립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사후관리 조치로 건립 후 기부채납을 의무화해 관리주체를 명확히 함으로써 체계적인 유지관리를 하고 역사교육프로그램, 관광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법의 조형물 활용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수영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강릉 평화소녀상.
원주 평화소녀상.
부산 초읍어린이대공원 평화의 소녀상.
충남 당진군 평화의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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