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권의 30년 숙원사업인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 노선 확정 단계부터 파열음이 일자, 지역사회에서 이를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비타당성 4수 도전’ 끝에 이뤄낸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 철도 노선 갈등으로 사업 추진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동서고속철사업 확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속초 지역사회가 노선 경유 일부 시·군의 이런 모습에 대해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속초시청 상황실에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도·시군 협의체’ 2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강원도와 속초시를 비롯해 춘천시,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양양군, 고성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재명 강원도 건설교통국장은 인사말에서 “사업 추진 시·군 간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공통사항뿐만 아니라 지역현안사업들도 해결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관계개선을 위해 자주 협의체 회의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서고속철사업 확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난제들이 많다”며 “노선 갈등, 역사 위치, 지역갈등 등의 문제를 해당 시·군이 머리를 맞대면 순조롭게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또 “오는 2019년 설계를 마무리 하고 2024년까지 사업 완공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초 이달에 열 예정이던 주민설명회는 다음달 중순경에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최근 춘천시가 도심 구간 지하화를, 양구군은 역사 위치 변경을 요구하는 가운데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춘천시는 종전 입장을, 화천군과 인제군 등도 정거장 면적 확대 및 주민의견 반영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고속철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전체 예산(2조6,000억원)의 20% 이상 늘어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춘천시가 요구하는 철도 지하화에만 전체 사업비의 10%인 2,000억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강원도와 속초 지역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윤광훈 동서고속화철도 비상대책위원장(속초시번영회장)은 “지금 철도 노선 경유 시·군의 모습을 보면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이 지연되든 말든 자기 지역의 입장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이어 “이렇다 보니 이달에 열기로 했던 주민설명회가 다음 달로 연기되는 등 사업 추진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노선 경유 시·군은 사업이 조기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도 노선 갈등에 적극적인 자세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도는 이날 회의 자료를 통해 이달에 노선 및 정거장 위치를 결정하고, 다음달에 초안 공고·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또 5~6월경에 중앙부처 등과 기본계획(안) 관계기관 협의를 열고, 9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완료, 2019년 11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마칠 계획이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도·시군 협의체 2차 회의가 지난 11일 오후 속초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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