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한 사무기기 납품업체가 관공서 및 수협 등을 상대로 납품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이 사무기기 대표 H(39)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저작권법 위반)혐의로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경찰은 다수의 공무원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파악하고 고성군청 전체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지역사회에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고성경찰서에 따르면 H씨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고성군청에 컴퓨터와 복사기 등에 사용되는 잉크와 토너 등의 소모품을 납품하면서 소용량을 납품하고 대용량 가격을 청구하거나, 재생품을 납품하고 정품 가격을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5억3,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고성 및 죽왕수협에 윈도우, 한글, 엑셀 등의 프로그램을 납품하면서 불법 복사본을 정품으로 속여 죽왕수협에 9개, 고성수협에 81개의 프로그램을 설치·판매해 2,9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H씨는 관련업체 종사자가 아니면 소모품의 용량이나 정품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악용해, 지난 2013년부터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군청 자체감사에서 사무기기 용품에 대한 납품내역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군청 모든 실과소 및 읍면사무소에 소용량 제품과 재생품 납품을 늘려 부당 청구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 같은 부당 청구 과정에서 고성군 다수의 공무원들이 H씨와 결탁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회계장부에서 물품 대금이 들어왔다 다시 일부 금액이 고성군청의 각 부서 또는 공무원 이름으로 빠져나간 것이 확인됐고, 피의자로부터도 허위로 청구한 물품 대금을 다시 공무원에게 돌려줬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고성군 대부분의 부서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지급된 금액이 상당한 액수에 달한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 같은 수법이 가능했던 이유는 해당 사무기기가 오랫동안 독점적으로 군청에 납품해와 공무원들과 밀착돼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각 부서별 회계담당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며 “조사 대상 공무원이 수십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