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민화)박물관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제가 소장하고 있는 민화와 병풍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용으로도, 관광지 볼거리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속초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민화수집가 이명덕(69, 사진) 씨는 30대 초반부터 온갖 병풍과 도자기 등의 민속품을 모아왔다. 일일이 세어보지 않아 그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500점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민화 수집에 애착을 쏟아 낱장으로 100여점, 병풍으로 1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대부분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기 작품들이다.
“강원도 민화(문자도)는 효제충신도를 그린 작품이 많습니다. 그 역사는 100여년이 훨씬 넘습니다.”
문자도는 민화의 한 양식으로 유교적 덕목의 문자를 동식물과 설화, 길상문양 등의 그림을 첨가해 표현한 것을 말한다.
이 씨는 그동안 삼척에서 고성에 이르는 영동지방 민화를 주로 병풍 형태로 수집했다. 강원도 문자도의 대표적인 인물인 연호 이규황(1868~1926)의 작품 등 ‘효제충신도’ 병풍만 50점에 이른다. 이규황의 ‘효제충신도’를 소장하고 있는 이는 도내에 이름이 알려진 수집가들 중에서도 몇 안된다고 한다. 취소 김창익(미상)의 ‘금강산도’와 ‘효제충신도’도 소장하고 있다.
이 씨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작품은 지난 2014년 우연히 충주의 한 화랑가에서 구한 석강 황승규(1886~1962)의 ‘산수도’ 병풍(8폭)이다. 이규황의 유일한 제자인 황승규의 산수도는 그가 작고 전에 손자에게 그려준 것을 포함해 3점 정도만 세상에 알려져 있다.
황승규와 동시대 민화가인 오헌 김태선의 ‘소상팔경도’와 ‘무의구곡도’ 병풍도 그에겐 각별하다. 특히, 2013년 강릉지역에서 발견한 ‘무의구곡도’는 현존하는 오헌의 작품 중 유일하게 김태선이란 이름이 명기돼 있어 학계와 수집가들 사이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다른 작품들에는 오헌만 표기돼 있어 오헌을 호가 아닌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오래 전 오헌의 ‘관동팔경’ 병풍을 강릉박물관에 가게 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주가 고향인 이 씨는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던 물건들을 볼 때마다 향수에 젖게 됐고, 옛 것을 귀하게 여기고 보존하기 위해 민속품을 수집하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수집해 온 민화와 도자기 등을 마땅히 둘 곳이 없어 아파트에 보관하고 있다. 그는 행정의 지원이 있으면 당장 전시회라도 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민화수집가 이명덕 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병풍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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