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트는 프로그래밍언어이다. 사람이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듯이, 사람과 컴퓨터의 소통수단이 프로그래밍언어이다. 세상의 언어종류는 점차 줄어든다. 한 종족이 멸망하면 자연히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도 소멸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는 우리말 사용을 금지했다. 한글말살정책을 폈던 것이다. 언어에는 민족정신과 민족혼이 담겨있다. 우리의 고유 언어를 말살하여 우리 민족혼, 나아가 우리 민족을 멸절시키려는 사악한 의도였다.
필자는 평생 프로그래밍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도 ‘보안스크립트 기초’강의를 개설했다. 최근 각광받는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언어에 관한 내용이다. 그동안 컴퓨팅 환경의 변화에 따라 수많은 프로그래밍언어를 다루어왔다. 80년대 COBOL을 시작으로 C/C++, JAVA 는 비전문가들도 들어본 프로그래밍언어들일 것이다. 인터넷시대는 인터넷 프로그래밍, 사물인터넷의 도래로 사물인터넷 프로그래밍언어가 등장했다.
지난해 트럼프 스크립트(Trump Script)가 발표되었다. 이름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된 프로그래밍언어이다. 2016년 1월에 만들어졌으니 제45대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11월 9일보다 훨씬 전이다. 미국 라이스대학의 샘 샤드웰과 친구들이 대학의 핵라이스(HackRice) 행사에서 제작한 것으로 파이썬 프로그래밍언어로 구성되었다.
트럼프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프로그래밍언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일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위한 프로그래밍언어’로 유명하다. 트럼프 스크립트 개발자는 깃허브(Github)에서 트럼프가 강력한 미국을 재건하려는 것처럼 자신들도 멋진 프로그래밍을 목표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럼프 스크립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트럼프 스크립트를 분석해보고 시사점을 공감했으면 한다.
트럼프 스크립트 문법에는 실수 표현인 부동소수점은 없고 정수만 사용한다. 트럼프의 미국은 어중간하지 않다는 의미다. 숫자의 크기는 100만 이상만 취급한다. 작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가져오기 명령문인 임포트(import)는 사용할 수 없으며, 모든 코드는 미국산만 허용된다. 논리표현은 트루(True)와 폴스(False) 대신 팩트(Fact)와 라이(Lie)를 사용해야 한다.
무엇이 다른가? 팩트는 존재했던 사실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도 팩트, 즉 사실이 된다. 그 팩트가 진실이냐는 다른 문제이다. 라이, 즉 거짓말은 남을 속이기 위해 고의적 의도로 만들어진 거짓진술이다. 이것이 트럼프 스크립트의 논리함수다. 그리고 모든 트럼프 스트립트의 명령문은 “미국은 위대하다(America is Great)”로 끝나야 한다. 또한 실행 컴퓨터가 중국이나 멕시코 제품이면 트럼프 스크립트는 컴파일 번역되지 않는다.
필자는 트럼프 스크립트의 효율성이나 발전가능성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연구하여 가르치는 파이썬과 비교할 때 편리성을 전혀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고문을 통하여 언급하고 싶은 것은 트럼프 스크립트에 투영된 국가지도자의 국익우선의 리더십이다.
여기서 국익우선도 논외로 한다. 다만 대한민국이 초유의 탄핵정국으로 제19대 조기 대통령선거가 이제 30일도 남지 않았다. 만약에 대선후보들의 특징을 반영한 프로그래밍언어를 만든다면 어떤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스크립트의 마침명령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트럼프 스크립트가 ‘미국은 위대하다’로 끝나는 것처럼 대한민국 스크립트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원한 번영’으로 끝나야 한다. ‘자유대한민국의 영원한 번영’이 총론이면 ‘국가안보’는 각론일 것이다. 안보에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국가안보 최우선에는 이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가위기 앞에 지도자부터 하나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참고 : http://samshadwell.me/TrumpScript/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