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3월 한달간 실시한 강원 동해안의 대문어 금어기가 끝난 뒤, 어획량이 폭증하면서 어가가 떨어져 어민들이 문어 금어기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5일, 새벽에 출어했다 오전 11시10분께 거진항으로 입항한 연승어업인 태백호(1.5톤) 선주 이명선(68) 씨는 “문어는 많이 잡히는데 어가가 떨어져 별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9.8kg(위판가 1kg당 1만6,000원)을 잡아 15만6,800원의 어획고를 올렸다.
지난 1일부터 문어 금어기가 풀린 가운데 고성지역에서는 지난 2일 255척이 첫 조업에 나서 8,572kg를 잡아 1억1,982만원의 어획고를 올렸다. 3일에는 3,976kg(5,880만원), 4일 7,441kg(9,692만원), 5일 5,124kg(6,522만원)을 기록했다. 4일간 총 2만5,113kg의 문어를 잡아 3억4,077만원의 어획고를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어획량 1,908kg, 어획고 4,718만원)과 비교해 어획량은 13배, 어획고는 7배가 늘어난 것이다.
어획량이 늘면서 어가는 폭락했다. 1kg당 평균 위판가는 2일 1만4,000원, 3일 1만4,500원, 4일 1만3,000원, 5일 1만2,700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위판가는 2만3,750원이었다. 금어기 시작 전인 2월말의 문어 1kg당 평균 위판가는 2만6,000원 선이었으며, 금어기인 지난 3월에는 3만5,000원을 넘기도 했다.
어획량 증가로 가격이 급락하면서 어업인들은 “문어 금어기는 실효성도 없고 대책도 없다. 금어기를 폐지해야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연승어업인 함용수(거진)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00척 미만의 연승어선들이 문어를 잡았다. 그러나 금어기가 풀린 후 문어가 많이 잡힐 것으로 보고 연승과 자망 두 가지 조업면허를 갖고 있는 어선들도 자망을 포기하고 문어잡이에 나서 하루 250척 이상의 어선이 출어하고 있다. 문어가격 하락뿐 아니라 오히려 어족자원 고갈 우려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 5일 고성지역에서는 총 262척이 출어해 1척당 평균 약 20kg을 어획했다. 지난해 같은 날에는 126척이 출어해 1척당 7kg을 잡았다.
임영식 고성군연승연합회장은 “지금은 금어기가 풀린 초기라 문어 어획량이 늘어 1척당 어획고가 지난해보다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획량은 감소할 것이고, 이에 반해 떨어진 어가는 문어비축물량이 남아 있어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지금의 어획고로는 3월 금어기 한달 간 연승어업인들이 입은 조업 손실을 충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고성의 고부가가치 수산물인 문어 가격 폭락을 이대로 볼 수만은 없다”며 “실효성 없는 문어 금어기 설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어 가격이 급락하자, 지난 3일 대진 및 초도 어촌계 소속 대진항 어업인들이 출어를 포기했으며, 1일부터 개방된 저도어장 입어도 10일로 연기했다.
수협 관계자들도 “문어 금어기 설정이 강원도 동해안에서만 이뤄진데다, 저인망어선은 문어 금어기에서 제외시킨 것도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실질적인 대책마련 없이는 어업인들에게 금어기 시행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성군 관계자는 “금어기가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실효성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도에서는 문어 수매량과 방류량을 늘려, 장기적으로 어민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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