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자 <설악신문>에서 ‘철거냐 보존이냐’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중앙동 속초수협 옛 건물을 철거로 가닥을 잡아 올 상반기 중에 철거할 계획이며 그리고 그 철거된 자리를 수변공원이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또한 ‘수협 옛 건물 부지에 대한 세부 활용방안은 현재 관광과가 진행 중인 속초관광지종합개발계획 용역결과가 나오는 내년에 나올 수 있다’라고 시 관계자의 말을 보도하였다. 그 문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철거를 전제로 한 사후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을 추진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결론적으로 이는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2015년 속초수협이 청호동으로 이전된 후 속초수협의 옛 건물과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그러므로 철거를 전제로 한 사후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조사가 우선이 아니라, 그 ‘철거와 보존’에 대한 논의를 수렴하는 공청회나 설명회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철거냐? 보존이냐?’에 따라 그 활용방안이 매우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초수협 건물 및 부지활용에 대해서 지역에서 들은 의견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첫째, 문화예술계는 수협의 옛 건물을 근대 산업유산으로 보존하면서 문화와 관광의 연결 거점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둘째, 옛 속초수협 주변의 상가와 주민들은 부족한 관광인프라 공간 확충을 위해 주차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셋째, 시민단체 측에서는 시민공원을 조성해 관광객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넷째, 위 3가지의 절충방안으로 모두 철거한 후 반은 주차장으로, 반은 야외공연장이 있는 시민공원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거론된 것으로 안다. 위의 의견들은 나름 각자의 타당성과 논리적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를 결정하는 과정이나 논리가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위의 견해를 주장하는 대표성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반론을 펼치는 공론의 장에서 의견을 수렴한 후에 활용방안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 주장은 속초수협의 옛 건물 중 본관 건물을 보존하여 속초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더불어 그 일대를 속초 관광의 서큘러 키(Circular Quay)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변공원은 이미 청초호 일대 엑스포공원과 영랑호 산책로만으로도 충분히 그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더구나 속초관광의 대표성을 가진 갯배와 인접하고 있으며, 70년 속초시 발전의 근간이며 역사성을 가진 수협의 역사를 모두 밀어버리고 주차장을 만든다는 생각은 심각히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올해 발표된 속초시정의 과제를 보면 중앙시장의 주차장을 더 확충하는 계획이 잡혀 있고, 몇 발자국만 걸으면 되는 곳에 공영주차장이 2곳이 있어 속초시의 역사와 관광객의 편리성을 바꾸는 일은 진짜 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
옛 속초수협의 건물과 갯배가 자리 잡고 있는 그 곳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우리들의 뿌리인 실향민 1세대들의 고향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 낸 한국전쟁의 산물이라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속초수협의 50여년 역사는 속초의 오늘이 있게 한 어업활동의 주 무대이자 우리 아바이, 오마니들의 생활터전이었으며, 전국에서 오직 하나뿐인 갯배가 청호동과 중앙시장을 연결하고, 청초호 일대를 연결하는 순환 고리의 중심축이라는 공간성과 상징성을 가진 속초의 심장이다. 그 속초의 심장을 건물안전진단에서 D급 판정을 받았고, 리모델링 비용과 향후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냥 밀어버리자는 발상은 너무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속초의 오늘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자! 편리성을 이유로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역사를 지우고, 대포항의 질척한 서정성을 지우고, 40계단의 애환을 쉽게 삭제하는 잘못을 우리는 또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다시 새롭게 쓸려고 애쓰는 우리의 역사와 스토리텔링을 왜 우리는 거꾸로 지우려고만 하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사는 이곳은 나의 땅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 잠시 빌린 곳이기 때문이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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