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지역 체육계에 기쁜 소식이 전해 왔다. 주대하(50) 설악고 교사가 지난달 29일 개최된 대한장애인육상연맹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2016년 장애인육상 국가대표 총감독 및 2016 리우페럴림픽 감독으로 최종 선임되었다.
국가대표 총감독에 선정된 주대하 교사는 오는 2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장애인육상 국가대표선수 강화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아울러 훈련 중에 베이징대회와 스위스대회, 런던대회에 국가대표 선수들을 인솔하여 참가하고, 최종적으로는 오는 9월 7일부터 18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제15회 페럴림픽(장애인올핌픽)에 대표단 감독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장애인육상 대표단은 선수와 임원 등 25명 규모로 구성될 예정이다. 주 교사는 2016년 리우패럴림픽까지 모두 4차례 국제대회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내걸고 참가하게 되어 한국 장애인육상의 명예를 두 어깨에 짊어지게 되었다.
주 교사는 “선수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며,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장애인 육상의 부활을 이루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육상 위한 헌신적 노력 결실”
장애인체육 국가대표 총감독 선임은 주 교사 개인에게도 큰 영광이지만, 모든 환경이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속초에서 국가대표 감독이 배출되어 지역 체육계에도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주 교사는 그동안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12년부터 대한장애인육상연맹 이사를 맡고 있으며,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투척심판장, 2015년 세계시각장애인선수권대회 대회총무를 맡기도 했다. 2013년 중국국제장애인육상대회 감독으로 선임됐으나 다른 사정으로 참가하지 못했으며,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때는 감독의 자리를 후배한테 양보하기도 했다. 이번 감독 선임은 그동안 장애인육상에 대한 주 교사의 헌신적인 열정과 노력의 결실로 이뤄진 것이다.
주대하 교사는 속초고등학교와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후 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26년간 체육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체육 명문고인 서울체고와 경복고에서 체육교사로 지내다가 고향 속초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겠다는 뜻을 품고 지난 2008년 속초로 귀향했다. 소위 잘 나가는 체육명문고 교사가 왜 시골로 내려가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고향에서 후학을 키우고 체육진흥을 통해 지역에도 도움이 되어야겠다고는 마음으로 귀향의 뜻을 거두지 않았다.
실향민 2세이기도 한 주 교사는 지난 2002년 9월 7일 서울에서 남북축구대회가 열리자 자비로 표를 구해 80명의 속초 어르신을 대회에 초청할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깊다. 속초로 내려와서 속초중과 설악고에서 근무하면서 아침이면 등굣길 안전지도에 나서고 수업이 끝난 오후에는 운동장에 나가 아이들 육상을 지도해 왔다. 이런 열성으로 속초에서 국가대표와 상비군 선수를 다수 발굴하기도 했다.
속초로 귀향하기 전부터 주 교사는 고향 속초로 전지훈련을 유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자들과 함께 속초로 겨울 훈련을 왔던 주 교사는 날씨도 따뜻하고 좋은 숙박시설이 많은 속초지역이 동계 전지훈련의 적지라고 판단하고 주변의 많은 지인들에게 속초를 적극 권유해왔다. 1994년부터 해마다 겨울이면 많은 체육인들이 속초를 전지훈련장으로 찾아와 주 교사는 개인 사비를 털어 이들을 응대하기도 했다.
주 교사는 2011년에는 스포츠조선이 주관하는 ‘자랑스러운혁신한국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그해 11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전임지도사 채용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15일간 1인 시위를 벌여 결국 시정 조치를 이끌어냈다.
“속초는 우리나라 육상 메카”
주대하 교사는 속초 지역은 우리나라 육상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탁월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는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해마다 전국체전에서 속초 출신이 육상부문 전체 메달 40여개 중에서 금메달만 3,4개를 따고 있으며, 20여명이 넘는 속초 출신 육상 지도자들이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한해만도 우리나라 육상계에서 속초 출신들은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다. 지난해 10월 열린 전국체전에서 속초 출신으로 김현섭(삼성전자)이 경보 20km에서 금메달을, 이세정(충남도청)이 3000m 장애물경기에서 금메달과 1500m에서 동메달을, 임은하(청주시청)가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며칠 후 열린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속초여고 출신 이연진(영주시청)이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으며, 11월에는 강원역전마라톤대회에서 속초팀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주대하 교사는 “속초는 육상부문에서 전국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정작 지역에 대학팀도 실업팀도 없어 우수한 선수들이 모두 외지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엄경선 시민기자
지난해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한 주대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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