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지자체 예산집행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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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3월13일 13시23분 ]

지난 1995년 실시된 6.27 지방선거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를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려놓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지방자치는 과거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가 그 토대가 되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주민의 복리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어차피 중앙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으므로 자치단체의 세입세출예산의 편성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되, 집행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편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노력해서 경비를 절약하거나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풍토가 형성되고 경영적인 기법을 구사함으로써 주민에게 보다 좋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조치 없는 경영기법의 도입은 한낱 구호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을 한층 강조하고자 하는 바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에 얹혀서 살림을 난 것과 다름없다. 분가를 했지만 밥벌이도 못하는 가장이 길바닥에 나 앉아서 빚을 얻어 식구를 먹여 살려야하는 부담을 지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돈줄을 잡고 있는 부모라고 해서 분가한 자식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 누가 좋아 하겠는가? 주는 돈으로는 시키는 일이나 하라고 하면 그것을 독립시켰다고 할 수 있는가? 부모 말을 잘 들어야하고 까불면 국물도 없다는 분위기와 다를 바 없다. 언제까지 품에 안고 다니면서 과보호를 할 것인가?
지방자치단체는 마마보이처럼 시키는 대로만 할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날은 멀어지기만 한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소나 말이지 인간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누가 신나게 자기 일을 챙기려고 하겠는가?
자치단체더러 재정적인 부담이 따르는 발상을 삼가라고 한다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 지방채는 행안부의 승인 없이는 발행할 수 없다. 차관을 빌려가는 사람에 따라 성장의 재원으로 쓰는가 하면 빚더미위에 올라앉게 하는 것은 오직 시장 군수의 역량문제다.
예산은 중앙에서 정해준 기준에 따라 편성하고 한번 확정된 예산은 정해준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서 지출하라는 것이다. 예산편성에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회의 예산심의권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이 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아예 곤란하고 의회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축소 조정하는 것은 자치단체 주민에게 아무런 직접적인 이유가 없으면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재정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상급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예산 편성권은 있지만 처음부터 정부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
세입예산은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편성하도록 하지만, 집행예산 편성권의 자율성을 완전히 보장해 주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이름 하여 이를 총액 예산제라고 한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지방개혁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예산을 절약하여 주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공무원들의 월급을 줄이는 일과 조직을 정비함으로써 남긴 예산을 개발예산으로 확보했다는 사실에 유의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 전체적인 기준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고 쓰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쓸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장세호
속초시지방행정동우회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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