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상임인권보호관으로 재직 중인 노진석입니다. 강원도청과 유관 기관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대한 상담 및 조사, 개선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진정인께서는 작년에 일하시는 직장에서의 인권침해 신청을 익명으로 하셨지요. 행여나 신상이 드러날까 편지도 워드로 작성하시고, 봉투에도 직원 일동이라고 조심스럽게 써 보내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익명으로 하셨기 때문에 신청하신 내용에 대하여 어떻게 결과를 전달해 드릴까 무척 고심을 했는데, 이렇게라도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네요. 이 글이라도 꼭 보게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먼저 신청을 하신 내용들이 그 이후에 많이 개선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기관도 규정에 따라 익명 신청은 접수하지 않는답니다. 강원도의 인권 조례에는 다행히 그런 제한이 없어서 진정인 분의 사정을 최대한 고려하고자 하였습니다. 도내에서도 익명 신청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신청 내용이 구체적이면 억울한 도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희의 입장입니다. 그것이 또 강원도의 첫 번째 도정방침인 ‘인간의 존엄’에 부합하는 것이겠지요.
진정인이 신청한 기관에 자료요구도 하고, 제가 직접 방문도 하였으며, 개선 요청도 하였지요. 기관에서도 해당 건이 익명 신청이라며 많은 부분 협조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요구들을 무시할 수 없는지라 내부적으로는 개선 공문도 몇 차례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이 모두 개선되었으리라 생각지는 않고, 많이 미흡한 점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 부분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점이 답답합니다만, 진정인께서도 익명으로 신청하실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점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꼭 제게 연락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신변이 드러날 염려는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직통으로 전화를 주시면 누구도 관련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 다시 한 번 강조 드립니다. 인권침해 현실이 개선되었는지도 확인하고, 개선이 부족하다면 후속조치도 하겠습니다. 어떤 도민이라도 익명으로 인권침해사건을 신청하지 않도록, 아니 아예 이런 인권침해 신청이 없도록 강원도가 앞으로 변화되어야겠지만, 아직 갈 길이 참 멉니다. 2013년에 인권조례를 만들고, 2014년부터는 인권보호관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지만, 광주광역시나 서울과 같은 여타 선진 지자체에 비하여 예산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도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고, 같이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강원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인권도(道) 강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노진석
강원도 상임인권보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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