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바쁘다. 남들은 겨울방학이라 한가할 것이라고 여길지 모르나 실상은 무척이나 바쁘게 지내고 있다. 강의준비보다 입시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긴급한 사안이 입시이다. 올해는 신입학은 물론이고 편입학 모집에 집중하고 있다. 필자가 소속한 학과는 군입대 휴학생은 지속적으로 느는데 아직 제대하고 복학하는 학생이 없다. 그 결과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재학생 유지율이 낮다. 그 방안으로 올해 편입학 모집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꽤 많은 수의 편입생 모집이 필요하다. 수도권 대학의 선호추이로 지방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크다. 편입에 일정 인원 이상을 감당하겠다고 아예 학교에 통보를 했다. 학과 위상을 높이려는 자발적 선포이다. 목표가 있어야 뜻을 이루고 선포를 해야 책임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선포는 자신에 대한 독려이고 성취감을 앞당겨 맛보게 한다.
그 많은 인원을 어떻게 모집하려고 했던가. 필자가 믿는 것은 국방부공무원인 현역 부사관들이다. 사실 국방부공무원이라고 부른 것도 필자가 맨 처음일 것이다. 지금까지 24년간 전문대 과정에서 배출한 부사관 졸업생 수가 700명이 넘는다. 그들에게 여건이 되면 4년제 학위취득의 기회를 열어주겠다고 줄곧 약속해왔다. 그 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편입학 계획이 수립되자 8군단은 물론 인제군 3군단 예하부대 졸업생 부사관들을 두루 찾아 다녔다. 부대방문은 오랫동안 경험으로 익숙하다. 양양 군단부터 고성 탑동 그리고 진부령까지, 이어서 미시령너머 인제현리부터 원통사단에서 서화 천도리는 물론, 양구 팔랑리까지 테라칸은 안가고 못가는 곳이 없다. 비포장 향로봉정상 국군부대도 관할지역이다. 그래서 자칭타칭 통합명예군단장이 되었고, 부사관 대학진학공로로 국방장관 감사장도 받았다.
사실 필자는 군대를 가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는 장교가 꿈이었다. 그 당시 군사교육 교련이 필수였고, 학생조직도 군대조직과 유사했다. 총학생회장인 연대장을 지냈다. 충남도내 고교행군대회 총지휘도 맡았다. 군사정권하에 대학 3학년 때 휴교령이 내려져 아산 고향집에서 농사일을 거들다가 그만 경운기사고로 왼쪽발가락을 두 개나 잃었다. 그때 뼈를 깎는 아픔을 체험했다. 그런 신체적 결함에도 걷고 뛸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사람이 군대와 가장 친숙한 사람이 되었다. 교수생활 거의 전부가 현역군인들의 군정보화 과학화교육, 리더십과 인관관계론 강의로 연결되어있다. 이것이 우연인가 필연인가. 우리가 어떤 위치와 자리를 얻게 된 것이 우연인가 그렇지 않으면 필연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질문일 것이다.
우연인가 필연인가의 선택적 사고는 어떠한 자세로 인생을 사는가를 좌우한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 있는 값을 하지 못한다. 필연이라고 생각해야 그 다음이 연결된다. 무엇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게 된다. 기독교에서는 필연이라 하지 않고 섭리라고 말한다. 하늘이 허락한 계획이고 기회의 자리이다. 사명인 것이다. 인생의 감독자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 물질의 유혹에도 자유 할 수 있다. 권세의 눌림에 의연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왜 욕을 먹는가.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니 욕을 먹는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9%로 대한민국이 내리막길인데도 자기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서명을 하겠는가? 국민세금으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리를 벗어난 것이 탈선이다. 철로를 벗어난 기차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가를 알면 과거의 많은 일들이 연결된다. 삶과 태도가 달라진다. 나는 왜 군부대를 전담하는 교수가 되었는가. 오늘도 테라칸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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