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수가 실향민 2세대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속초를 찾아 관심을 모았다.
파리 디드로 7대학 동양언어 문명학부 한국학과 마리 오랑쥬 리베 라산(52) 부교수는 올해 연구학년제를 맞아 1~2월 두 차례에 걸쳐 3주간 속초 청호동에 머물며 실향민들을 인터뷰하고 각종 책자를 비롯해 사진·영상·통계자료 등을 수집했다.
속초를 떠나기 전날인 지난 21일 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리베 라산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실향민 2세대들의 위치와 역할은 어떠한지, 1세대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3세대들에게 문화적특징을 어떻게 전해주고 있는지, 누가 엘리트가 됐는지 알고 싶었다”며 이번 연구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엘리트는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 모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전공은 한국 현대사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엘리트, 특히 북한 출신의 엘리트에 대해 연구했고, 지금은 지역의 실향민 엘리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1993~1995)을 수료하고 서울대 불문학과 초빙교수(1995~1998)로 활동한 그는 서울대에서 함께 공부했던 김귀옥 한성대 교수의 영향으로 실향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김 교수는 20년 전 속초 청호동에 살면서 실향민에 대해 현장조사해 <월남민의 생활경험과 정체성>(1999년)이란 연구서를 펴낸 바 있다. 리베 라산 교수는 김 교수와 함께 지난해 가을 사전조사차 속초에 왔었다.
“김귀옥 교수는 실향민 1세대를 중심으로 연구했고, 저는 2세대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그는 속초에 있는 동안 20여명의 실향민을 인터뷰하고, 속초시립박물관과 문화원, 시청 등을 방문했다. 지난 18일에는 속초지구함경남도도민회 정기총회에도 찾아가 여러 실향민을 만났다.
“한국 실향민에 대한 연구는 프랑스에서 아주 특별한 주제예요. 내년에 프랑스어로 책을 발간하고, 나중에 한국어로도 내고 싶어요. 한국 현대사 중 특별한 배경을 갖고 있는 속초도시의 역사와 실향민에 대해, 실향민 엘리트에 대해 알려줄 거예요. 우리 학생들이 한반도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통일과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앞으로 실향민들이 무슨 특별한 역할을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리베 라산 교수는 올해 실향민문화축제 때 다시 속초를 방문할 계획이라며, 대학 수업을 위해 지난 22일 프랑스로 떠났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리베 라산 교수가 지난 15일 이병선 시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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