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제루는 신흥사(神興寺) 본전인 극락보전 앞에 있는 장방형의 큰 누각이다. 조선 영조 46년(서기 1770년)에 고승 홍징(弘徵), 홍운(弘運) 스님 등이 창건하고 서기 1971년 성준 스님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장대석으로 쌓은 2단의 축대 위에, 정면 7칸(22.4 m), 측면 2칸(8.5m)의 누(樓) 마루의 홑처마 맞배 지붕이다.
1985년 9월 13일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4호로 지정되었다.
보제루 하층 중간 칸은 극락보전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고 상층은 다락으로 되어 있다
본래 사찰의 본전 앞에 세워지는 누각은 각종 법회를 거행하던 곳이었으며, 사방이 개방되어 있었다. 현재는 그 기능이 사라졌으며, 가는 살의 분합문을 달았다. 건물 안에는 직경 6척 비자나무 통에 황우 6마리분의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법고와 목어가 보존되어 있다.
특히 네 벽에 시판(詩板)과 추사(秋史) 김정희 선생의 친필이 있어 유명하다. < 자료출처 / 1991년 속초시사 540쪽, 1194쪽 >
필자가 1958년 속초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을 다녀 온 이후 중·고 시절 소풍으로 의례히 찾은 곳이 신흥사를 중심으로 비선대, 흔들바위, 비룡폭포였다. 이후 자주 찾은 신흥사였고 인증샷은 보통은 인물 사진이었으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부터는 인물은 물론 풍경 등 이모저모를 담는다.
신흥사를 찾을 때면 사천왕문, 보제루, 극락보전 등을 담는다. 그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아주 재미나는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장한 사진 중 2013년 2월 10일부터 2014년 5월 31일까지 담은 보제루 사진에서는 현판이 없었다. 그러나 2015년 10월 29일부터 2016년 5월 19일까지 3회에 걸쳐 촬영한 보제루 입구의 사진에서는 ‘외설악루(外雪嶽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2016년 11월 27일과 2016년 12월 28일 보제루를 촬영한 사진에서는 현판 ‘외설악루(外雪嶽樓)’가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의구심이 나서 여러 책자에서 보제루 현판에 대해 찾아보았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고 하였던가, 드디어 예전의 현판 사진을 찾았다. 그 현판은 바로 1989년 7월 15일 속초고등학교동창회에서 발행한 동창회지 인명록 26쪽에 있었다. 속초고 한자리 기수(1950년대 말) 선배님들의 앨범 속에 있었던 사진이었다. 남녀공학시절 신흥사로 소풍 갔을 때 담았던 사진에 보제루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얼마나 소중한 문화유산의 기록인가 말이다. 지금부터 370여년 전에 지어진 신흥사의 역사가 담겨진 보제루의 현판 기록이다. 지금은 보제루의 분합문이 꼭꼭 닫혀져 있지만, 사진의 당시는 개방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하다면 사진 속 보제루의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 현판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1960년대까지 온갖 풍우설한에도 견디어 오고 특히 6.25 전쟁 중에서도 피해 없었던 신흥사인데, 현판 하나 제대로 보존이 안 되어진다는 것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더해 기존에 있었던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 현판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외설악루(外雪嶽樓)’를 붙였던 것은 또 무엇이며, 그 또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궁금증이 점점 더해지는 것은 과연 나만일까? 과연 우리 고장 문화재가 이래도 되는 것일까?
예전 사진 속에서 보제루 기둥의 시도 당초의 시의 순서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당초 오른편에서부터 4번 기둥에는 무비불사, 5번 기둥은 백악청송이다. 그러나 요즘의 보제루 4번 기둥에는 황화취죽, 5번 기둥은 무비불사다. 왜 시의 순서가 혼돈이 될까. 또 어느 정도 세월 지나면 또 달라질까.
설악산 신흥사는 불자들만이 오는 곳이 아니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외국인도 찾아서 인증샷을 남긴다. 전국의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문화재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일설에는 신흥사 법당 안에 있던 탱화가 6.25 전쟁 중에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이를 송환하고자 한다고 한다. 우리의 문화재이니 그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지고 있던 것을 돌려받으려고 하면서 있는 것조차 지키지 못하고, 370여년을 내려오던 역사 깊은 사찰 명칭의 글자도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나 변경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370여년을 이어온 지역의 문화재가 훼손되어지는 이 현상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모순된 우리고장 문화재를 이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만하는 지 강원도민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이유는 신흥사 보제루가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4호이기 때문이다.
1989년 7월 15일 발행한 속초고등학교동창회지 인명록 26쪽에 실린 1950년대 말 기수 사진에는 설악산 신흥사 (雪嶽山 神興寺) 현판이 있다.
2013년 2월 10일 촬영한 사진에는 현판이 없다.
2015년 10월 29일 촬영한 사진에는 ‘외설악루(外雪嶽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2016년 11월 27일 촬영한 사진에는 현판이 없다
이춘복
바른 속초역사를 좋아하는 사람
설악신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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