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양양교육지원청이 지난 2월 14일 강원진로교육원 강당에서 ‘속초·양양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및 마을교육공동체’를 주제로 속초지역 주민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해서는 다양한 활동과 설명이 있어왔기에 관심은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으로 자연스레 집중되었다. 속초지역을 북부권(노학동, 교동 등)과 남부권(조양동 등)으로 크게 나누었을 때, 북부권으로의 속초지역 4개 모든 중학교(속중, 속여중, 설중, 설여중) 쏠림 현상은 그동안 남부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통학 거리로 인한 많은 불편을 주어 왔으며, 이로 인해 남부권에 중학교 신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바람이 적지 않았다.
교육부를 포함한 교육당국에 중학교 신설에 대한 지속적인 건의와 요청을 해왔으나, 최종적으로 불가 판정을 받은 이유는 ‘학생 수 감소’에 있다. 출산율 저조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비단 우리 지역만의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추세이다. 신설 학교의 규모가 24학급 이상이어야지 가능한 현행 신설 학교 설치 기준에 못 미쳐 나온 결과인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 중 하나가 기존 중학교들의 ‘남녀공학 전환’이며, 남녀공학으로 전환 시 남부권역에 중학교를 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속초양양교육지원청이 남녀공학 전환을 주제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자료에 의하면 북부권의 반대가 남부권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반대 입장에서는 ‘지역의 균형적인 성장’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북부권의 중학교들 중 일부가 남부권으로 이전된다면 신설 아파트단지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거주 지역이 형성되는 남부권에 비해 북부권이 상권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환경이 위축 또는 열악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주체인 남부권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고려해보면 남부권 지역으로의 중학교 이전은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다. 교육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가치와 성격이 ‘공공성과 형평성’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등·하교의 거리와 방법을 포함한 접근성에 대한 차별은 없어져야한다. 이는 공교육의 혜택을 모두가 함께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또한, 학교들이 몰려있는 노학동이나 교동의 학교 등굣길 교통체증과 병목현상은 출근시간과 맞물려 일상생활에도 많은 불편과 위험을 주고 있다. 남부권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다. 개인차량으로 통학시키는 가구들의 차량들로 인해 아침 시간 혼잡의 어려움을 많은 주민들이 겪어왔다.
우리 지역보다 먼저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을 시행한 강릉, 춘천 지역의 사례를 보면 시행 후 만족도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교육 주체의 80%이상이 ‘만족한다’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집중도와 참여도가 높아지고 이성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넓어지며, 통학거리의 단축으로 인해 피로감이 줄어들었다. 속초양양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주민들 대상 설문조사의 목적이 분명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남녀공학으로 전환 시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또 이를 토대로 문제점들을 사전에 줄여보려 하는 노력과 의견을 모으는 도구로 사용되었으면 한다. 주민들의 의견이 남녀공학 전환의 ‘가·부’를 결정짓는 독립변인으로 작용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 지역과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는 타 지역의 사례연구와 선행연구 결과물들이 나와 있는 상태에서 이를 남녀공학 전환 당위성의 주요 자료로 삼지 않는다면 ‘조사방법론’에 중요한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설명회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아 아쉽다. 주민들과 교육주체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고 긍정성에 대한 이해가 심도 있게 전개되는 공청회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양용석
강원도교직원수련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