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 책읽기! 삶을 바꾸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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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2월20일 14시20분 ]

4학년, 5학년 두 형제가 나란히 성적표를 내밀었다. 형은 5학년에서 꼴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동생은 4학년에서 꼴찌를 나타내는 성적표를 받아든 엄마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을 도서관에 들려 책 2권을 빌려오렴. 그 책을 매일 읽고 저녁밥상에서 너희가 읽은 내용을 말해주렴. 그게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주는 나의 숙제다.” 형제는 저녁밥을 먹기 위해서 그날부터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이 처음 빌려 온 책이 ‘댐 건축 기술자 비버 이야기’라는 이야기도 있고, ‘자연 도감’ 상하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두 형제는 그렇게 읽기 쉬운, 글자보다 그림이 많은 책으로 책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5학년이 된 주인공은 어느 날 그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경험’을 하게 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돌멩이 하나를 보여 주며 이름을 물어보았다. 5학년이 된 그때까지 맨날 꼴찌를 하고, 바보라고 놀림만 받던 주인공은 그 돌멩이 이름을 알면서도 손을 들지 않았다. 자신보다 더 공부를 잘하는 반 친구 중 누군가가 대답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돌멩이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주인공이 망설이며 손을 들고,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놀란 분위기속에서 더듬더듬 설명을 시작했다. “그 돌멩이 이름은 흑요석입니다. 화산활동에서 생긴 마그마가 갑자기 식어서 굳어진 돌멩이입니다.” 이 대답 하나로 주인공은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칭찬을 듣고, 친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날부터 주인공은 수동적 책읽기에서 자기주도적인 학습독서를 하게 되고, 그 결과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성적도 좋아져서 마침내 예일대학 심리학과와 미시건대 의예과를 졸업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33세의 나이에 존 홉킨스 의과대학 병원에서 흑인 최초로 신경외과 과장을 맡게 되고, 머리와 가슴이 맞붙은 샴쌍둥이를 수술하는데 처음 성공한 의사로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번 미국대통령 트럼프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한 ‘벤 카슨’이다.
비록 어머니의 강제적 동기유발에서 비롯된 책읽기였지만, 일주일에 읽은 두 권의 책이 벤 카슨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라고 책읽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고 늘 이야기 하고 있으며, 흑인 빈민가에서 나를 비뚤어지지 않게 버티게 만든 것은 책읽기라고 오프라 윈프리도 늘 이야기 한다. 그렇다! 이렇게 책읽기는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 권의 책은 때론 세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벌어진 남북전쟁이 끝나고, 승리를 축하하는 리셉션 파티에서 링컨대통령은 스토우 부인을 가리키며 오늘의 주인공이라 소개한다. 인간이 아닌 가축과 똑 같은 대접을 받던 흑인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해 같은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전쟁을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스토우 부인이 쓴 한 권의 책,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은 때론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을 바꿀 뿐만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바꿀 수 있을 만큼 힘이 세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 주말에도 속초교육문화관 3층에서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 모임(어책모)’ 회원들과 한 권의 그림책을 펼친다. 오늘 읽은 이 한 권의 책이, 그리고 교실에서 읽어 준 한 권의 그림책이, 우리 회원 한 명이 침대 머리맡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읽어 준 한 권의 동화책이,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새롭게 열어 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 하나하나의 눈빛이 모여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환하게 밝혀주는 태양이 되리라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만 하는 어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부터 먼저 한 권의 책을 펼치는 어른이 되자. 아이를 바르게 세우는 데 있어 책은 힘이 가장 세다!
김종헌
시인·속초양양교육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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