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속초 극단 파람불의 연극 <전명출 평전>으로 전국연극제 대상을 받은 연출가 변유정. 그는 올해부터 속초도문농요전수관에 상주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1시·군 1문화행사의 속초 공연작품인 <꿈꾸는 사자, 속초를 거닐다>의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속초도문농요전수관에서 이번 작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작품의 소재를 영랑호와 사자놀음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제가 십여년전부터 연극작업 때문에 속초를 다녔는데, 가장 매력적인 장소가 영랑호였어요. 신라 시대의 화랑 영랑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을 보며 그 원초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죠. 익숙한 관광지 영랑호를 제 나름의 해석으로 무대형상화 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본을 하나 썼어요. 그 대본이 이번 작품의 원작이 됩니다. 사자놀음은 작품연출 의뢰를 받고나서 속초의 문화원형을 살피다가 선택했어요.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전통문화가 현재까지 마을 단위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웠죠. 영랑호와 사자놀음 두 가지 이야기에서 가장 속초다운 경쟁력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국악연주자에게 연극적 양식의 공연을 주문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제가 오래전에 국악 관련 작품을 경험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다만, 사자놀음이나 타악 퍼포먼스, 한국무용은 ‘동(動)’적인 움직임이 많아서 ‘정(情)’적인 감정 표현이 힘든데, 격렬한 움직임에서 감성을 만드는 일이 작품 성공의 핵심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극적 양식을 넣었는데, 출연진들이 잘 해내고 있어요. 연극연습 기간이 짧지만, 기본적인 몸짓이나 움직임이 좋으셔서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연출 포인트가 있다면.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은 퉁소와 사자탈이에요. 퉁소는 사자놀음의 배경악기이지만, 우리 문화의 원형이자 속초 고유의 악기죠. 사자탈은 무대에서 상징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 퉁소와 사자탈의 무대형상화가 어떻게 이뤄져서 속초의 정서를 표현하는지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속초시민에게 하실 말씀은.
“속초가 간직하고 있는 콘텐츠는 생각 이상으로 풍부합니다. 익숙하다고 해서 외면하는 것보다 밀도 있는 접근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속초의 문화원형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만드는 예술작업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극 중 대사에 이런 게 나와요. ‘이어 나가세,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어 나가겠는가.’ 사자놀음 같은 전통, 아름다운 자연유산 모두 누군가 이어나가야 합니다. 예술인들은 가장 전위적인 방법으로 문화첨병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세요.”
김인섭 시민기자·속초문화원 사무국장
<꿈꾸는 사자, 속초를 거닐다>의 연출을 맡은 변유정씨가 지난달 27일 속초도문농요전수관에서 사자탈과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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