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 철원에 이어 인제군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인접 시·군들이 긴장 속에 방역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약 두 달 전 최초 AI 의심 신고 이후 6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 수는 3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알 낳는 산란계는 전체 사육두수 대비 32.4%인 2262만 마리가 도살돼 농가 피해는 물론 달걀의 품귀현상까지 초래했다. 육계와 토종닭은 220만 마리가 사라졌다.
AI 확산 추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경북 포항에서는 야생조류 배설물에서 AI가 검출돼 반경 10㎞ 이내 농가에서 키우는 가금류를 살처분 했다. 앞서 경산 금호강과 김천에서도 야생조류 폐사체와 분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설악권은 겨울철에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철새도래지에 대한 방역 및 예찰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당국에서는 가금류 사육시설에 야생조류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망 등을 설치하도록 했다. 농가에서는 시·군의 지침을 철저히 지키고 AI 의심 증상이 발견될 경우 신속한 신고로 또 다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AI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AI 발생 후 늑장대처로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지난 5일 AI 발생 초기부터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재 4단계로 돼 있는 AI 위기경보 단계를 간소화하고, 효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소독약제의 효능도 강화하는 등의 ‘가축 질병 방역 개선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3,000만 마리가 도살된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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