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나긴 세월을 함께해온 직원들. 럭키목욕탕의 직원들 역시 고객들의 학창시절과 결혼을 함께 보아온 가족이고 친구였다.
남녀 세신사 3명, 남녀 탈의실 관리사 2명, 저녁 마감 후 탕 청소원 3명, 수건세탁 하시는 분, 카운터, 이발사, 모두 11명에 우리 부부까지 13명이다. 그 중 여탕 탈의실을 관리하는 분은 23년, 세신사는 15년, 남탕 탈의실 관리사는 11년, 이발사 12년….
서른살에 들어와 쉰을 훌쩍 넘긴 여탕 탈의실 관리사 정애씨는 자기도 여기서 환갑을 맞이해야 하겠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우리 럭키탕은 남탕 56평, 여탕 56평이다. 좀 크다고 하는 중형 아파트만 하다. 아주 작은 동네 목욕탕이다. 하지만, 대형 사우나보다도 직원이 많단다. 직원이 많다보니 월 매출액 대비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른 업소는 목욕비를 인상해도 나는 목욕비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나야 주인 입장에서 보면 목욕비를 올려 손님이 좀 줄더라도 매출액만 같다면 연료비와 각종 경비가 줄어 이득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수입이 오르려면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많이 와야 음료수도 더 팔리고, 때 미는 손님도 늘고 이발하는 고객, 구두 닦는 고객도 늘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이렇게 오랜 세월을 나와 함께 해온 이유 중 하나도 내가 다른 업소의 눈총을 받아 가면서까지도 목욕비를 올리지 않고 많은 고객 유치를 위해 애쓰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영업하는데 가장 어려움 중의 하나는 직원 관리이다. 다른 업소들은 직원들의 잦은 이직 때문에 속 썩고 하소연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그런 걱정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탕에서는 모두가 옷을 벗은 상태라 모두가 예민하여 손님과 직원 간에 언쟁이 쉽게 생긴다.
이럴 때 직원 편을 들면 손님이 기분 나빠하고, 손님 편을 들면 직원이 자신의 직업을 들먹이며 무시한다고 하며 나가 버린다.
나는 내 수입보다 직원들 수입에 더 신경을 썼고, 손님과 직원 간 언쟁이 있을 때는 고객께 정중히 사과해 보내 드린 후 직원 달래기에 최선을 다했다. 직원들 각자의 일을 줄여 주기 위해 더 많은 직원을 채용했고, 직원들도 이러는 나와 내 아내의 마음을 알아주었다. 비록 수입은 적어 풍족함은 적었지만, 우리 부부와 직원들의 마음은 늘 평안했다. 춥고 외롭던 시절부터 수십 년을 변함없이 함께해온 고객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그렇게 럭키 목욕탕은 소박한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주차장도 만들었고 시설도 또다시 했으니 10년은 더 해야겠다. 용촌리 시골에 전원주택을 장만하였다. 텃밭도 있고 정원도 있는 언덕 위에 예쁜 기와집을 지었다. 잔디를 가꾸며 좋아하는 아내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32년 전 속초에 처음 내려오며 꿈꾸던 삶이 이제야 이루어진 것 같다.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아이 둘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시켰으니 이만하면 잘 한 장사 아닌가?
이제는 좀 쉬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새벽마다 기다려 주시고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어쩌면 내 부모 내 형제보다 더 많이 만나고 보아온 고객들 때문에 손을 놓을 수 없다.
누군가가 물었다. 도대체 30년 가까이 대형 사우나 사이에서 이 작고 초라한 동네 목욕탕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고객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소홀히 듣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고 하면 다들 식상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그 식상한 대답을 듣기 위해 새벽부터 문을 연다. <끝>
함태준 럭키목욕탕 대표 부부가 지난달 26일 목욕탕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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