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외설악에서 가장 산행하기가 편한 곳이 비선대다. 비선대는 아마도 설악산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곳일 것이다.
비선대는 가기가 편하다. 천천히 구두를 신고도 갈 수 있는 곳이다. 맑고 마르지 않는 물줄기와 넓은 바위 그리고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가 있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비선대 넓은 바위 위에는 한문으로 비선대라고 각인된 글씨가 있다.
이 글씨를 쓴 이를 양양군과 고성군은 서로 다르게 이야기 하고 있다. ‘양양읍지’에는 당시 양양현감이었던 윤순의 필체라 하였고, 고성군 ‘수성의 맥’(고성군문화원 발행)에서는 설악산의 비선대, 대승폭포의 구천은하, 무릉계의‘무릉중대,‘두타산 원천석동천’등이 양사언의 필적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바위에 각인된 비선대 글씨가 많은 풍우와 사람들의 발길로 많이 엷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비선대에서 북쪽으로 올려 다 보면 높은 봉우리가 있다. 그 봉우리를 예전에는 미륵봉이라고 불렀고 그렇게 알고 있었으며 문헌에도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럼 문헌 속의 글을 보자.
‘비선대 앞에 높이 솟아있는 돌 봉우리가 있다. 이 봉우리를 ‘미륵봉’이라 한다. ‘미륵봉’ 중간 허리에 큰 석굴이 있다. 이를 금강굴이라 한다.’<1982년 5월 1일 속초시 발행 ‘설악의 뿌리’ 125 쪽 7줄>
속초문화원 발행 ‘속초문화’ 제3호(1987년 1월 10일 발행 66쪽)에는 ‘비선대 앞에 높이 솟아 있는 봉우리가 있다. 이 봉우리를 ‘미륵봉’이라 한다.’(당시 신흥사 주지 김해법)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미륵봉’이 ‘미륵봉, 일명 장군봉’이라 기록된 것은 1991년 10월 1일 발행한 ‘속초시지’ 1275쪽 설악산 봉(峰)에 대한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면서 시작된 것 같다. ‘미륵봉’: 비선대 바로 북쪽에 높이 솟은 큰 돌산. 마치 미륵불처럼 우뚝 솟아 있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짐. 또는 장군의 형상이라 하여 ‘장군봉’이라고도 한다. 중턱에 금강굴이 뚫려져 있다.’
바로 여기서부터 잘못된 기술로 인하여 명칭의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처음에 기술된 것이 불교 용어여서 인지는 몰라도 당초에 그렇게 붙여지고 속초시 발행의 1982년 ‘설악의 뿌리’책자에서도 이미 미륵봉이었고, 1987년 발행의 ‘속초문화’ 제3호에서도 미륵봉으로만 기술되어 있었다면 ‘속초시지’에서도 그렇게 기술되어야 함에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왜곡 기술함으로 인하여 명칭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고장이 옛날부터 임꺽정 같은 인물이나 이순신 장군 같은 분이 태어난 고장이라서 그런 분을 형상화 하고자 하였다면, 미륵봉으로 붙여지기 전에 장군봉이라 먼저 붙였을 것이다
계조암에서 원효, 의상 같은 분들이 이미 당시에 수도하였고 금강굴에도 수도하였을 것이라면 아마 당시부터 미륵봉으로 붙여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어쨌든 이미 속초시에서 발행한 ‘설악의 뿌리’에 미륵봉만이 기술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기에 미륵봉만으로 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비선대 앞 높은 봉우리를 ‘미륵봉 일명 장군봉’이라 함은 속초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고 ‘설악의 뿌리’와 ‘속초문화’ 제3호의 내용을 부정하게 만들기에 더욱 더 그 모순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바로 잡아 후세에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설악산 여러 곳의 이름 가운데 불교 용어의 명칭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는 당초 설악산 등산로를 개척할 당시의 많은 분들이 금강산을 다녔기 때문에 그 이름들을 차용하여 붙여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일례를 든다면 오행성에 근거한 토왕성폭포, 천당폭포, 문주담, 천불동계곡, 미륵봉, 달마봉 등등이 바로 불교의 용어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시에 이름 붙여진 것은 이미 기록으로 문서화 되었다면 아무렇게 자의적으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선대의 ‘미륵봉 일명 장군봉’은 당초의 오랜 역사를 가진 ‘미륵봉’만으로 기록, 표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1958년 가을 속초국민학교 수학여행 때 비선대에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도, 1990년 전까지 비선대를 찾고 금강굴을 찾았을 때도 미륵봉으로만 알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알고 있었고 문헌에 기록된 것을 어느 누가 왜 또 다른 이름을 첨가하였는가. 그것을 밝힐 자료가 없다면 본래의 이름으로 변경해 후세에 바른 역사로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작명할 때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일명이라는 말로 명칭을 혼용한다면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운 폭포인 천당폭포를 극락폭포라 하면 안 되는가 하였을 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미륵봉 뿐만 아니라 미륵봉과 함께하는 두 봉우리도 그 이름이 들쑥날쑥이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장군봉-형제봉-적벽으로 되었다가 장군봉-형제봉-선녀봉으로 안내판이 변화되어 왔다. 왜 형제봉이며 적벽이 돼서 선녀봉으로 변화되었는지에 대하여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다.
비선대 앞 높이 솟은 봉, 세봉을 이름 붙인다면‘미륵봉-선녀봉-형제봉’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유는 미륵봉은 이미 이야기 했고, 선녀봉은 가운데 바위 형상을 보면 가운데에 마고선녀 같은 분의 상반신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형제봉은 그 동안 적벽, 선녀봉으로 불리었기에 두 봉이 겹친 것 같아서 그렇게 붙여 보았다.
이미 붙여 진 이름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고쳐서는 안 된다. 역사는 오늘의 우리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뒤에 오는 후세들의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를 넘겨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힘 있는 자의 주장으로 기록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미륵봉, 일명 장군봉’이 아니라 당초의 ‘미륵봉’으로만 기록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춘복
속초의 바른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
설악신문사 이사
비선대 앞에 높이 솟아있는 세 봉우리. 가장 왼쪽 봉우리를 1982년 5월 1일 속초시가 발행한 ‘설악의 뿌리’와 속초문화원이 1987년 1월 10일 발행한 ‘속초문화’ 제3호에는‘미륵봉’이라 기록돼 있지만, 1991년 10월 1일 발행한 ‘속초시지’에는 미륵봉, 일명 장군봉’이라고 기록돼 있다.
비선대 안내판.
장군봉-형제봉-적벽으로 되었다가 장군봉-형제봉-선녀봉으로 안내판이 변화되어 왔다. 세봉을 이름 붙인다면‘미륵봉-선녀봉-형제봉’이라고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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