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은 우리에게 개성공단 문제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하는 기회가 됐다.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는 대북정책과 관련 논란이 많은 결정일 수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이유를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그대로 핵 미사일 개발에만 국한해 사용하도록 하는 재정수입과 지출관계를 설정한다면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치이다.
더 나아가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이 간접 지불행태이기 때문에 온전히 전달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하나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위한 생필품 구입에 남으로부터 받는 임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것이 외화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개성공단 임금이 군사적 목적에 전용된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은 2013년 북측의 일방적 폐쇄통보로 촉발된 개성공단 중단사태 당시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는 합의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건 단순히 정치차원을 넘어선 근본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개성공단사업을 포함해 남북경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과 함께 연평도가 북한으로부터 포격까지 받았을 때도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핵실험을 했을 때에도 개성공단은 운영됐다. 그것은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의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것도 남북관계 관련법을 다루는 대다수의 일치된 의견이다. 법적근거의 부재를 정부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공익 목적을 위한 행정적 행위”라고 했다.
문제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한 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정이 강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성공단이 운영되고 있을 때 오히려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이 조금이라도 더 담보됐던 것으로 판단된다. 개성공단이 만들어 짐으로써 후방으로 이동했던 북한 군부대들이 개성공단 폐쇄로 다시 전진 배치되면 수도권은 북한군의 장사포 사격권내에 가까이 들어가게 된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라 북한이 얻게 될 손실은 단순계산으로 임금소득에 해당하는 약 연 1억달러(약 1,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남한이 입게 될 피해는 연 8억8,835만 달러(약 1조660억원) 이상이다. 이는 개성공단 연간 생산효과와 2004년 이후 지난 10년간 남한 내수 진작 효과를 연평균하여 합친 금액이다. 수치로 남한이 더 크나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5배 이상 더 클 수 있다. 이와 같은 수치만으로 북한인민경제에 더 큰 부담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에게 돌아가는 손실은 임금뿐이다. 노동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및 중동지역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남한기업에는 연간 손실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에 투입했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자산적인 피해도 말할 수 없이 크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고정자산으로 5,688억원, 현대아산은 시설투자액으로 371억원, 그 외 기업의 재고자산으로 2,464억원 등 총 8,523억원을 투자했다. 정부가 북한에 대해 생각한 것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은 두 번의 핵실험을 했다. 미사일 발사도 여러 차례 감행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고 우리가 원하는 긍정적 변화는 아직 보일 기색을 하고 있지 않다. 이 모두는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기대와는 상반된다.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는 상대와의 사업은 정치와 경제를 반드시 분리해야만 한다고 생각된다.
장세호
민주평통자문회의
속초시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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