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교동 허학자 할머니
뇌졸중 후유증에 손녀 둘 뒷바라지
속초 교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허학자(73) 할머니는 홀로 손녀 2명을 키우느라 식당일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피로 누적으로 2015년 뇌출혈과 파킨슨병이 발병해 그 후유증으로 말이 어눌해 의사소통이 힘들고 어지러워 요양보호사 없이는 외출이 힘들지만, “손녀들이 학교를 마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주는 것이 소원”이라며 손녀들 생각뿐이다.
허 할머니는 젊었을 때 고성 대진에서 양복점을 경영하다 남편이 사망하고, 홀로 거진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3남매를 힘들게 키웠다. 장사가 잘 안되고 건강이 안 좋아져 횟집을 정리하고 속초로 이주해 아들부부와 함께 살던 중 며느리가 간암으로 사망했다. 그 후 아들은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고, 손녀들이 각 7살, 10살 때부터 허 할머니가 키웠다. 딸 둘은 각자 살기도 빠듯해 허 할머니가 거의 모든 양육비를 부담했다.
현재 당뇨병, 고혈압, 파킨슨, 뇌졸중, 퇴행성관절염, 경미 치매 등으로 건강이 악화돼 근로능력을 상실한 허 할머니는 기초생활 수급비와 딸들이 간헐적으로 주는 용돈으로 생계비와 의료비 및 손녀들의 대학등록금까지 충당하고 있다.
손녀 2명을 전문대까지 보냈지만 아직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는 목돈이 들어가야 한다. 손녀들이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과 국가지원금 등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부분적인 지원이여서 대학교 등록금 및 생활비, 임대료, 관리비, 병원비, 대출이자까지 수급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큰 손녀는 졸업 후 동생 학비 등을 돕겠다고 한다.
“애들을 많이 혼내면서 키운 게 후회돼요. 그래도 순해서 비뚤어지지 않고 어릴 때부터 선생님들에게 인정받고 잘 커줘서 고마워요. 손주들이 그저 잘 살기를 바라요.”
도혜정 기자 themoonn6@gmail.com
허학자 할머니가 김선희 사회복지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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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양 강현면 김영복ㆍ이성자 부부
“손주들 학원 보내 달라고 할 때 미어져”
“손주들이 피아노와 태권도 학원을 가고 싶다고 조를 때 정말 마음이 미어집니다.”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에서 3명의 손자ㆍ손녀를 돌보고 있는 김영복(60)ㆍ이성자(57) 부부는 남들처럼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4년 전에 아들 부부가 이혼한 후 손주들을 맡아 키우고 있는 부부는 한창 재롱을 떨면서 밝게 커야 할 아이들이 혹시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애지중지 돌보고 있다.
내년이면 큰 손자가 4학년, 둘째 손녀가 2학년, 막내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게 돼 초등학생 3명을 일일이 돌봐야 하기 때문에 할머니는 걱정이 앞선다.
젊은 부부들도 초등학생을 돌보는 게 버거운데, 할머니는 최근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에 관절염까지 심해져 힘겨운 형편이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도와주고 있어 힘을 덜고는 있지만,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 걱정에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기 일쑤다.
아이들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계비는 모두 100만원 가량이지만, 월세와 쌀값, 아이들 학용품 등을 지출하고 나면 저축은 고사하고 학원에 보내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그래서 아이들의 할아버지는 단 돈 1만원이라도 벌기 위해 올 겨울부터 도루묵을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에 나섰고,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횟집에 부업을 나가고 있다.
“한창 좋은 옷도 입고 싶고, 맛난 것도 먹고 싶을 땐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워 눈물이 마를 날이 없어요. 여느 집처럼은 못해줘도 그래도 공부는 시켜야 하고 학원도 보내고 싶어 몸이 힘들어도 일을 놓을 수가 없어요.”
부부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겠다면 혹시나 화상을 입을까 걱정이 돼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달려와 끼니를 챙겨주곤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어 행복하다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 모든 시름이 잊혀진다는 부부는 “지난 시절을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 건강하게 자라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당당한 사회인이 되기를 매일매일 간절하게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70년대 지어진 주택에서 월세로 살고는 있지만 3명의 손주들이 한 이불 속에서 재잘거리며 꿈나라로 들어가면 그제야 부부는 희망의 미소를 짓는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군 드림스타트 사회복지사가 김영복 할아버지와 아이들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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