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은 미국 초월주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글 중 하나이다. ‘신중한 삶을 살기 위해, 본질적인 사실만을 직면하기 위해, 죽는 순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지역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통나무집을 짓고 자급자족하던 그에게 정부는 어느 날 멕시코 전쟁을 위해 ‘인두세(人頭稅)’를 낼 것을 요구하지만 불복종의 표현으로 이를 거부하여 감옥에 가게 된다. 세금 거부는 정부의 노예제 묵인과 멕시코와의 전쟁을 일으킨 미국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였다.
“…각 사람들은 자신의 존경을 받을 만한 정부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바로 그것이 보다 나은 정부를 얻을 수 있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중략)” 시민 불복종에서 소로우는 시민 개인은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정부의 정체성을 표현해야 하며, 더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민은 법보다는 정의에 대한 가치를 높이 여겨야 하며, 정부가 옳지 못한 일에 부당한 권력을 사용하면 시민은 이를 따르지 않는 불복종의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2016년 12월, 올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키워드는 ‘탄핵, 촛불 집회, 비선실세, 국정농단’ 등이다.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표현되는 인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앞세워 국정을 쥐락펴락하며 농단한 일련의 사건들 앞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분노하였고, 이 분노와 실망을 부당한 권력과 정부에 반대하는 저항의 모습으로 표출하였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저급한 나라의 고급스러운 시민” 얼마 전 JTBC 뉴스 손석희 사장이 앵커브리핑에서 했던 말이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 미셸 오바마 미 영부인의 말을 인용한 이 속에는 전 세계 언론이 놀라고 주목한 한국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담겨있다. 최대 200만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광화문 촛불 집회로 대표되는 전국의 크고 작은 집회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목소리, 그리고 자발적인 비폭력과 질서를 바탕으로 한 행동들은 정부로 대표되는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였다. 평화 집회 이후에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돌아가는 시민들의 모습과 행동들은 고급스러운 시민들로 표현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옳지 못한 일에 부당한 권력을 사용한 이들이 반성과 사죄보다는 오히려 탄핵의 부당함을 앞세우며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저급한 정부’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법에 대한 존경심 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로우의 말처럼 정의가 사라진 일부 권력의 부패함보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고급스러움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소로우의 사상적 영향을 받은 미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은 1963년 연설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에서 이전 노예의 자녀들과 노예 주인의 자녀들이 형제애로 한 식탁에 앉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앨라바마의 인종주의자들이 물러가고 거기서 나의 어린 아들과 딸이 백인의 아들딸들과 형제와 자매로 손에 손을 잡고 살아갈 것이라는 꿈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들도 훗날 법보다 정의가 존중되고 권력보다 권위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건강한 사회에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우리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양용석
강원도교직원수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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