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들은 대부분 무식하다. 음악학자나 음악사상가는 너무 유식해서 탈이지만.
음악인들이 머리가 나빠서인가? 아니다. 음악인들 중에는 타 분야의 전문인들보다 고지능자가 오히려 더 많다.
그런데 왜 음악인들 중에는 무식한 사람들이 많은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음악은 기능을 연마하는 과정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같은 예능 분야이지만, 미술만 해도 음악 같지는 않다. 미술은 ‘기능’ 싸움이라기보다 ‘아이디어’ 싸움이다. 그래서 미술은 오래할수록 천재가 되지만, 음악은 오래할수록 바보가 된다.
대학입시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고득점 아이들이 몰려 있는 대학 중의 하나인 의과대학…. 그러나 이 의과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의학 공부를 하는 수험생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음악대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 공부를 해야 한다. 물론 음악대학도 전공이 무엇이냐에 따라 연습 과정과 시간이 많이 다르다. 예컨대, 성악 전공은 어차피 변성기가 끝나야 본격적인 연습을 할 수가 있다. 또, 작곡이나 금관 악기 전공은 반드시 조기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피아노나 바이올린 전공 같은 경우는 무조건 일찍 시작해야 한다. 특히 피아노 전공 같은 경우는 초등 1학년 때부터 시작해도 늦다. 최고 명문 음악대학만 목표가 아니면 조금 늦게 시작해도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음악대학 입시는 그렇다 치고, 전문 연주가가 되면 연습과 연주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연습은 조금만 게을리 해도 표가 난다. 정명훈이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것도 사실은 피아니스트로서 연습량이 부족해서였다. 그 문제를 지휘자로 변신함으로서 극복했던 것이다.
그래서 음악인들은 딴 분야의 공부를 할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식해지는 것이다. 사회성마저 떨어진다. 정명훈처럼 음악밖에 모르는 음악바보가 된다. 이러한 점을 타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해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인들의 무식함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더 많은 노력으로 극복을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단지 무식에서 탈피가 아니다. 무식한 음악인은 큰 음악가가 되기 어렵다. 음악 기능공밖에 되지 못한다. 연주 기술은 뛰어난데, 학문적 소양이 부족하면 막말로 ‘딴따라’가 되는 것이다. 전문 딴따라가 되는 것도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서 첼리스트 장한나가 음악과가 아닌, 철학과에 입학을 했었다. 원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독서광이라고 한다. 베토벤은 제도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작곡가였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서 극복을 했다.
우리나라는 아주 긴 역사를 가진 나라이다. 그 만큼 전통음악의 역사도 유구하다. 그런데, 수입된 지 불과 100 여 년밖에 안 된 서양음악에 우리 전통음악이 완전히 밀려나고 말았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있을까? 일단은 비주체적인 우리의 사회·역사적 상황 탓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국악인들 자체의 문제도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서양음악 전공자들은 대부분 유학을 하고 돌아온 엘리트들이었다. 반면에 전통음악을 지켜온 국악인들은(이들이야 말로, 음악적 애국자였지만) 대부분 무학력자들이었다. 그래서 음악권력을 고학력자인 양악인들이 잡게 된 것이다.
요즘은 국악인도 고학력자들이다. 하지만 음악 권력은 여전히 양악인들이 잡고 있다.
아무튼 국악 양악할 것 없이 음악인의 길은 너무도 멀고 험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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