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교동 김승길 씨
“아픈 몸 이끌고 홀로 아들 셋 키워”
김승길(가명, 44, 교동)씨는 어린 아들 셋을 책임지는 한부모가정의 가장이지만 허리디스크로 일을 할 수 없어 막막하다.
속초에서 태어난 김 씨는 서울에서 20년간 거주하며 신발도매업에 종사하다 실패해 많은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 2010년부턴 루게릭병으로 투병한 부인의 간병까지 하느라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부인을 살리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간병을 하는 동안 빚은 늘고 허리디스크가 심해졌다. 2012년 부인이 사망한 후 방황하다 지난 5월 부모가 거주하는 속초로 왔다.
김 씨는 9월까지는 기초생활수급비가 21만원이어서 집세도 내지 못했다가 10월부터 90만원으로 올랐다. 현재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5만원의 집에서 살고 있으며, 병원비와 난방비를 제하고 나면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성장기 아들 셋을 키우기가 버겁다.
아들 셋은 속초지역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최근 전학해 적응 중이다. 속초에 김 씨의 부모가 따로 살고 있지만, 어머니는 갑상선에 당뇨와 치매까지 겹쳐 입원 중인 아버지를 돌봐야 해 아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형편이다.
“내 몸이 건강해야 애들도 키우는데 허리디스크가 완치 안 돼 걱정이에요. 다행히 애들이 착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청소나 빨래 등 집안일을 잘 도와줘요.”
김 씨는 허리디스크에도 불구하고 일용직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허리 통증이 악화돼 병원에 가거나 누워 지내는 날이 늘어났다.
“애들만 잘 컸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잘 때 소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요.” 김 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도혜정 기자 themoonn6@gmail.com
몸이 불편한 김승길 씨가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 양양군 양양읍 이진구 씨
“허리 펴고 자 봤으면 여한이 없겠어”
“하루를 살더라도 똑바로 누워서 잠을 잘 수 있었으면 여한이 없겠어.”
양양읍 남문리의 오래된 주택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이진구(89) 할아버지는 30년 전에 척추를 다쳐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힘들게 생활하며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안성이 고향인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 중사로 제대하고 자신이 전투를 벌였던 양양이 그리워 1985년 이곳에 정착했다.
36세 때 가정을 이뤄 1남1녀를 뒀지만 행복도 잠시, 가정불화 등으로 인해 4년만에 집을 나와 그 이후로는 줄곧 홀로 생활해 왔다. 변변한 기술이 없는데다, 척추까지 다쳐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이 할아버지는 잡일로만 근근이 연명하며 반평생 어렵게 생활해 왔다.
5평 남짓한 허름한 월세 방에서 지내고 있는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와 6.25참전용사 수당 등을 합쳐 한 달에 60만원을 받고 있지만, 월세와 약값, 쌀값 등을 내고 나면 단돈 몇 만원만 손에 남는다.
하루 세끼를 먹는 것만도 행복하다는 이 할아버지에게 소원이 딱 한 가지 있다. 가족들이야 자신이 돌보지 못해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단 하루만이라도 반듯하게 누워서 자는 것이다. 크게 다친 척추는 그대로 달라붙어 허리를 펴지 못해 잘 때도 옆으로 누워 자다보니 이제는 팔까지 쑤시고 아프다고 한다.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뭐 더 바랄게 있어, 그저 죽을 때 죽더라도 허리 한 번 폈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어떨 때는 수류탄이라도 있으면, 그걸 안고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
아직도 과거의 전쟁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는 젊은 시절 군생활의 기억 속에서 멈춰 살듯, 자신의 군대 생활은 날짜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50년을 홀로 생활해온 이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있냐는 물음에 잠시 옛날을 떠올리며 “애비 노릇을 못해서 어떻게 보느냐”고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이제는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좋다는 이 할아버지는 다행히 양양군자원봉사센터가 올 겨울을 날 연탄을 배달해줘 따뜻하게 날 수 있다며 연신 굽은 허리를 조아렸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김택철 양양군자원봉사센터소장이 이진구 할아버지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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