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시 영랑동 김정민 씨
아픈 몸에 가족마저 떠나 마음 시린 겨울
속초시 영랑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정민(50, 가명)씨에게 겨울은 혹독하기만 하다. 당뇨합병증으로 보는 것, 먹는 것, 자는 것이 힘든 김 씨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사업에 실패해 7,000만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고 4년째 집세를 못 내고 있다. 거기다 집주인이 내년에 집을 허물고 펜션을 지을 예정이어서 봄까지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
김 씨는 당뇨합병증과 경제적 어려움, 가정불화로 대인기피증이 생겨 한동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까지 시도했었다. 도움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다가 주변의 따뜻한 관심에 희망을 갖고 지난 9월 맞춤형보장급여를 신청해 11월부터 수급비 47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월세와 식비, 당뇨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에서 당뇨검사 결과, 헤모글로빈의 정상수치는 13~16이지만, 김 씨는 9가 나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현재 당뇨로 인해 치아가 상실돼 아랫니 2개밖에 없고, 눈마저 잘 안 보인다.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강릉아산병원에서 안과검사를 받아본 결과, 양안에 백내장, 우안에는 망막 출혈까지 있어 수술 및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안이 시급해 오는 1월 21일로 수술 날짜를 잡아뒀으나 비용 때문에 막막한 상태다. 그밖에도 어지럼증, 저혈당 쇼크가 자주 발생해 거동 또한 몹시 힘들다. “횡단보도나 버스번호를 볼 수 없어 혼자 다닐 수가 없어요. 온몸을 누가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이 아파서 잠을 못자요.”
김 씨는 경기도 의정부 섬유회사에서 재단사로 20여년 근무하다 작은 사업을 시작했는데 실패하고, 당뇨질환으로 건강까지 악화돼 2013년 고향인 속초로 내려왔다. 2년 전부터 별거하던 아내와는 최근 이혼했고 자식 둘은 집을 나간 후 연락조차 끊겼다. “딸이 특히 보고 싶어요. 열심히 치료해서 다시 일도 하고 나중에 애들도 봤으면 좋겠어요.”
도혜정 기자 themoonn6@gmail.com
홀로 지내고 있는 김정민 씨가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 고성 안옥석 할머니
남편·두 아들 앞서 보내고 막내는 유치장에
고성군 죽왕면사무소(오호리) 뒤편 언덕의 5평 남짓한 허름한 가옥에서 홀로 살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안옥석(74) 할머니.
정신쇠약으로 마음과 육체를 뜻대로 사용할 수 없어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 안 할머니에게 이 겨울은 더욱 힘겹기만 하다.
안 할머니는 20년 전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에다 집안에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근에는 삶의 의지마저 잃어버린 상태다.
3명의 아들을 뒀지만, 뇌종양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남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어 둘째 아들마저 간암으로 지난 2003년 세상을 떴다. 그 충격과 고통에도 살아 내야만 했던 것은 지병을 앓고 있던 남편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막내아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남편도 세상을 떠나고, 막내아들은 올 여름 뺑소니 교통사망사고를 내고 현재 속초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안 할머니는 홀로 남게 됐다.
이 처럼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온 안 할머니는 최근 정신쇠약이 더욱 악화돼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는데다 기력까지 쇠해 끼니를 대부분 거를 정도여서 주위의 돌봄이 절실한 상태다. 정신쇠약으로는 노인요양등급을 받지 못해 요양원에 입소할 수 없고, 하루 8만원이나 드는 일반 간병인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안 할머니는 이달 초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결국, 병원에서 돌봐줄 수 있는 보호자가 없는데다 간병인도 구할 수 없어 3일 만에 퇴원하고 말았다.
안 할머니에게 나오는 정부지원금은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 총 47만원으로 공과금과 난방비, 식비, 병원진료비 등을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거의 없다.
“막내아들이 유치장에 수감된 지 4개월이 넘도록 한 번도 면회를 못 갔어. 피해자 가족과 합의만 하면 일찍 나올 수도 있다는데 합의할 돈도 없고, 내 몸도 성치 않으니 어떻게 아들 얼굴을 보겠어.”
안 할머니는 자신의 아픔보다 수감된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죄책감에 마냥 눈물을 흘리며 “잠시나마 기력을 차리면 언제 나올지 모를 아들의 얼굴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지난달 28일 고성군 김종원·안지영 복지사가 오호리 안옥석 할머니 집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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