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싣는 순서-
①설악권의 글로컬 브랜드 추진 현주소
②강원도의 글로컬 브랜드화 가능성 진단
③이탈리아 브라의 슬로푸드 브랜드
성공사례
④스위스 루가노의 관광차별화 전략
⑤독일 프라이부르크의 그린시티 파워
경쟁력
⑥설악권의 글로컬 브랜드 진단 및 전망
이탈리아 북서부 국경과 맞닿은 스위스 루가노는 전형적인 관광·휴양도시로 관광분야에 있어 글로컬의 대명사로 불린다. 우리나라에 <데미안>의 저자로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가 노년을 보낸 이곳은 그냥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가 된다고 할 정도로 천혜의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이 곳에서는 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 24개의 대표적인 축제를 포함해 작은 축제까지 100여개가 열릴 정도로 축제의 고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늦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루가노를 찾아 각종 공연과 축제를 즐기며 명품쇼핑을 즐긴다.
과거 어부들 골목길 명품쇼핑거리로
이탈리아계가 60%에 이르는 루가노는 역사적으로 이탈리아의 건축미와 예술적 감각이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축제의 고장으로 발돋움했다. 1800년대 이곳에서는 루가노 호수에서 멸치류를 비롯한 어업이 성행하면서 어부들의 작은 골목길이 발달했고, 그 길이 바로 지금의 유명한 ‘비아 나싸’라는 명품쇼핑거리로,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시청을 중심으로 루가노의 관광거점은 리포르마 광장을 기점으로 명품거리인 ‘비아 나싸’와 전통거리 ‘비아 페씨나’로 나뉜다. 두 거리는 자연스럽게 동선이 연결되며 관광·휴양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테마거리로 여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관광객들로 크게 붐빈다.
전통거리에 즐비한 가게와 골목길은 루가노의 역사를 느끼게 하며 비싼 물가에도 비교적 저렴하게 쇼핑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 명품거리에 도착하면 전 세계의 명품브랜드가 즐비해 아이쇼핑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고, 가끔은 비싼 상품을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득템 이벤트’도 진행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작은 골목에서 시작한 루가노의 관광거리는 이탈리아풍의 건축과 함께 예술, 이벤트 등 문화적 흥취가 더해진다.
그 이면에는 역시 루가노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자리한다. 과거부터 존재하던 어부들의 길에 전통가게를 대를 이어 운영하면서도 명품거리가 공존하도록 한 것이 지금의 루가노를 만든 원동력이다.
루가노시청 관광정보센터 직원 마리 리제는 “나싸라는 말은 어부들이 생선을 들고 다니던 바구니를 지칭하는 것처럼 루가노는 전통적인 요소에 현대적 가치를 접목시키면서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육상교통·배·케이블카 3박자 관광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애칭을 지니고 있는 루가노는 스위스의 여느 도시처럼 도심의 육상교통과 호수를 연결하는 배, 케이블카 등 3박자 관광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호숫가와 연결된 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착장에서는 육상교통으로 갈 수 없는 섬을 운행하며 연중 많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배 관광을 위한 코스도 관광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20∼30분 이내의 짧은 거리로 만족도가 높다. 최근에는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커피와 다양한 빵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테마가 관광객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루가노의 호수를 배로 즐기고 난 후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면 코끼리 열차가 관광객을 태우고 도심 한 바퀴를 돌고, 이어 케이블카가 루가노의 가장 높은 산을 오르며 3박자 관광의 마침표를 찍는다.
루가노는 도심지의 관광 밀집화를 위해 최근에는 호텔과 상가가 집중되고 있는 중심가에 도시 케이블카를 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이들이 편리하게 관광과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골목테마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공감대를 전제로 한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루가노시 관광정책의 핵심이다.
골목길 투어로 집약되는 루가노는 주민들과 고민한 끝에 전통거리와 대조되는 명품거리를 조성한데 이어, 일상에 지친 여행자들이 편하게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축제와 각종 이벤트를 가미하고 관광코스와 연계시키며 관광·휴양 글로컬 도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루가노는 세계 각국에서 밀려드는 여행자들의 욕구에 발맞춰 내년부터는 육상교통과 배, 케이블카 등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루가노 교통카드를 제작할 계획이다. 루가노의 모든 관광정책 중심에는 시민들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어 도시브랜드는 물론 경쟁력 또한 배가되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스위스 루가노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대표적인 골목길 투어. 명품거리인 비아 나싸를 지나면 전통거리가 나타나고 이 두거리가 전통과 현대의 공존 골목길로 브랜드화되며 루가노를 명품축제의 도시로 키워내고 있다.
루가노 3박자 관광의 묘미를 더하는 호수 배 관광.
루가노의 골목길 투어가 시작되는 리프로마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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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골목서 3대째 잡화점 운영 ‘프란체스코 가빠니’씨
“루가노 시민들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 강해”
루가노의 전통거리에서 만난 서른 살의 ‘프란체스코 가빠니’(사진)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대째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잠시 짬을 내 인터뷰에 응한 가빠니는 “루가노가 명품 숍이 많아 물가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전통거리에는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상품이 많고, 가격 대비 품질은 최상이다”고 말했다.
잡화점 외에 호텔도 운영하고 있는 가빠니는 잡화점 영업이 끝나는 밤에는 제품을 내놓았던 곳에 주류 판매소를 차려 늦은 밤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6∼8시까지 음료나 술을 시키면 음식을 무료로 내주는 ‘해피 아워’ 이벤트를 상품으로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가빠니는 “이곳의 시민들은 늘 일을 사랑하고 예전부터 해왔던 그대로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심취해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에 자부심이 강하고 그런 열정이 오늘날의 글로벌 브랜드를 일궈낸 것이라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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