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싣는 순서-
1. 붉은대게와 젓갈의 고장, 속초
2. 붉은대게가공산업, 어디까지 왔나
3. 제2의 도약 꿈꾸는 속초젓갈산업
4. 강경젓갈은 어떻게 다르나
5. 울진 붉은대게가공산업 사례
6. 붉은대게와 젓갈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북 울진은 속초와 함께 붉은대게의 주산지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붉은대게 어획량 3만5,651톤 가운데 울진이 47%인 1만6,800여톤을 잡았다. 이어 속초가 37%, 영덕이 15%를 차지했다. 붉은대게 어선수는 속초와 울진이 16척, 영덕이 6척이다.
울진은 붉은대게 고장답게 오래전부터 붉은대게 가공업이 지역의 주력산업으로 발달해 왔다. 현재 7개 기업이 붉은대게살을 생산하고 있다. 울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전체 붉은대게 어획량의 75% 가량인 1만2,678만여톤(141억3,800여만원)을 매입해 붉은대게살 3,667톤(344억1,700여만원)을 생산했다. 이 가운데 75.6%를 일본 등 해외에 수출했다. 붉은대게살은 농수산물 단일품목으로는 경상북도 1위 수출 상품이다. 붉은대게 가공기업 종사자는 500여명에 달한다.
“대기업 연구개발기술·유통망 활용”
울진의 붉은대게가공산업도 1차 가공품인 붉은대게살 생산에 머물러 있을 뿐, 2차가공품 제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이상업 울진군 해양수산과 주무관은 “우리지역의 붉은대게 2차 가공품 생산은 아직 걸음마단계다. 그동안 시험연구생산만 했고 공장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일부 업체가 식품업체에 의뢰해 OEM방식으로 게장과 고로케, 게살만두 등을 선물용으로 내놓는 정도다”고 설명했다.
“붉은대게살이 엔화가치에 따라 영향은 받지만, 일본시장에 꾸준히 나가고 있어 업체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른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도 금방 효과가 안 나타나고 설비비용도 많이 들고 채산성이 적어 뛰어들지 못하는 거죠. 성공할지 두려움이 있어요.”
김상철 (주)미식수산 대표이사는 2008년에 그라탕 등 2차가공품을 생산했지만, 내수시장은 기복이 심해 접었다고 한다.
붉은대게가공산업은 원료 공급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단순 1차 가공 후 일본 수출(매출액 82%)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엔화의 등락에 따라 경제성이 크게 좌우되고 기업의 경영 안정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더욱이 고차 가공품이 일본에서 생산돼 우리나라로 역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1차 가공품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가공제품을 생산해 국내외 판매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울진군이 2013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붉은대게식품단지 조성에 나선 배경이다. 해양수산부의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 조성사업으로 추진된 붉은대게식품단지는 모두 170억원이 투입돼 울진 평해농공단지에 조성 중이다. 전체 부지 5,086㎡에 건축연면적 3,585㎡ 2층 규모로 생산홍보판매시설을 갖추게 된다. 붉은대게식품단지는 대표 브랜드 ‘청정원’으로 잘 알려진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 (주)대상과 붉은대게가공업체들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게 된다.
붉은대게식품단지는 내년 1~2월 완공되면, 지역 기업들의 붉은대게살을 원재료로 게살통조림과 게살볶음밥을 생산할 계획이다. 군은 시운전을 거친 뒤 5월경에는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주)대상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연간 460톤의 붉은대게살을 원료로 통조림 530톤, 볶음밥 4,220톤 등 4,750톤을 생산, 123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상업 주무관은 “지역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해도 홍보마케팅과 판로 확보가 안 돼 부가가치가 떨어진다”며 “대기업의 연구개발시설과 유통망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상생구조로 가자는 게 붉은대게식품단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식품단지에는 별도의 교육연구시설은 두지 않고 있다.
붉은대게식품단지의 용역을 맡고 (주)대상의 참여를 제안한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최동궁 기업지원팀장은 “붉은대게식품단지는 전체 생산과정을 견학하고 제품 구입까지 가능하도록 조성된다”며 “붉은대게가공산업은 자원량이 적어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 붉은대게살의 일본 수출 물량을 줄이고 2차 가공을 통한 고부가가치사업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붉은대게식품단지에 참여하는 미식수산 김상철 대표이사는 “식품단지에 붉은대게살을 납품하면 물량이 달려 일본과의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일본 바이어들이 식품단지 건립을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치중 해외수출 다각화 추진
울진군은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주관으로 2009년~2011년 3년간 울진대게·붉은대게식품산업육성사업을 마쳤다. 속초시가 현재 진행 중인 붉은대게산업육성사업과 동일한 사업이다. 붉은대게가공업체 7곳과 식품업체 8곳이 참여했다. 전체 40억원을 투입해 붉은대게간장, 국수, 고로케, 그라탕, 만두, 돈가스, 짜박이 등 2차 가공제품 개발하고 홍보, 교육, 마케팅 등을 추진했다. 붉은대게 음식 레시피 책자와 포장박스 테이프, 게 치수자를 제작해 보급했다. 울진군은 육성사업비의 군비와 자부담에 12억원을 보태 총 22억원으로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을 건립했다.
최 팀장은 “가공업체들이 내수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육성사업을 통해 이마트에 게살과 해물탕용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울진 붉은대게가공업체들은 일본에 치중돼 있는 해외 수출을 다각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달 초 세계 3대 수산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중국 청도의 ‘국제어업박람회’에 참가해 붉은대게살 전시 및 시식회, 수출상담 등을 벌였다. 이는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이 해수부와 함께 추진하는 수산산업 창업·투자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사업은 연간 10억~20억원을 지원받아 수산기업 창업 발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마케팅 지원 등을 추진한다.
최동궁 팀장은 “붉은대게 가공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다. 한 번의 투자로 뭔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건 오산이다. 지자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식품단지와 같은 기반을 만들고 시식회와 전시회 등을 열어 홍보하며 자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내년초 완공 예정인 울진 붉은대게식품단지 조감도. <울진군청 제공>
후포항에 있는 울진대게·붉은대게홍보전시관 내부에 붉은대게 조업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주)미식수산 가공공장에서 직원들이 붉은대게살을 포장용기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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