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대를 가득 채운 다양한 소금빵들. 히응커피는 바삭한 ‘크랙 스타일’부터 부드러운 식감까지, 손님 취향에 맞춘 여러 종류의 소금빵을 선보인다. (사진:히응커피 업체 등록 이미지)
속초시 교동의 조용한 골목, 크지 않은 가게 하나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름도 독특한 ‘히응커피’.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피향 너머로 고소한 소금빵 냄새가 퍼지고, 주문을 마치면 “빵은 데워드릴까요?”라는 다정한 말이 따라온다.
아내와 남편이 손잡고 시작
속초에서 ‘소금빵 맛집’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어느덧 창업 6년째를 맞았다. 김응규(32) 대표는 서울에서 방송 관련 일을 하다, 커피 업계로 방향을 바꿨다. 사촌 형의 카페 일을 도우며 현장을 경험했고, 아내의 고향인 속초에 정착하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열었다.
카페 이름 ‘히응’은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조합이다. 처음엔 지인들도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금은 속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카페 이름 중 하나가 됐다.
유행보다 일상…‘소금빵’을 택하다
가게는 원래 커피와 크로플 중심이었지만, 김 대표는 유행보다 일상을 택했다.
“디저트는 유행이 빨리 바뀌어요. 매일 먹을 수 있는 빵이 뭘까 고민하다가 소금빵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손님 요청에 따라 바삭한 ‘크랙 스타일’과 부드러운 기본 스타일, 두 가지 소금빵을 모두 구워내고 있다. 히응커피가 특별한 비법을 자랑하는 건 아니다.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 무염 버터, 마가린을 쓰지 않는 반죽 같은 기본을 지키고, 가격도 부담되지 않게 유지한다. 김 대표는 “특별한 건 없지만 기본은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히응커피의 인기 메뉴 ‘소금빵’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반죽을 만지며 정직하게 구워낸다. (사진:히응커피 업체 등록 이미지)
관광객보다 현지인 발길 이어져
관광객이 많은 도시지만, 김 대표는 지역 손님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부터 찾아주는 단골이 있고, 텀블러를 들고 출근길에 들르는 손님도 있다.
“성수기에도, 한겨울에도 늘 오시는 분이 있어요. 관광지인데도 그런 손님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죠. 히응커피 먹으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와주셨다는 말이, 저희한테는 제일 큰 보람이에요.”
가게는 테이블 없이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운영된다. 커피도 맛있지만, ‘히응커피는 소금빵’이라는 말이 더 먼저 나온다. 가게는 여러 번 이전했지만, 골목에 머무르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유명해지기보다 오래 남고 싶어요”
김 대표가 바라는 건 크지 않다. 속초에서 오래도록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녀가는 가게로 남는 것이다. 매일 굽는 소금빵의 온도와, 손님을 위한 적당한 가격, 오래 마주한 단골과의 짧은 인사. 그는 그런 일상의 순간들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하루하루 빵 굽고 커피 내리며 동네 분들과 인사 나누는 지금 이 시간이 제일 좋아요. 백년가게처럼 오래 기억되는 곳이 됐으면 해요.”
속초의 한적한 골목. 화려하진 않아도,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온도로 구워내는 소금빵처럼 히응커피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이 지역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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