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전하 속초시 복지정책과장이 북한이탈주민 대상 정착지원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와서 제일 감사한 건, 내 아이가 걱정 없이 자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강원도 속초시에 정착해 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강여진 씨는 간담회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꺼내놓으며 울컥했다. 그는 함경북도 회령시의 산골에서 태어났고 열네 살에 중국으로 팔려 넘어갔다.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에서 10년을 떠돌며 살았다. 이후 세 나라를 거쳐 지난 2013년, 24살이 되어서야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기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버거웠어요. 그래도 지금에 와선 참 기특하게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돼요.”
강 씨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속초에서 잘 살고 있다”며,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봉사도 조금씩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속초시협의회(회장 한영환)는 지난 11일 저녁 속초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20여명과 함께 ‘2분기 따뜻한 귀 기울임 간담회’를 열었다. 자문위원들도 함께한 이 자리에서는 식사와 정착 스토리 공유, 정책 안내, 애로사항 청취가 이어지며 실질적인 소통의 시간이 마련됐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려는 북한이탈 주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3명, 2022년 67명에 머물렀던 입국자는 2023년 196명, 2024년 236명으로 늘었고, 2025년 3월 기준 국내 정착 인원은 총 3만4,352명에 이른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착 교육과 자산형성, 취업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제도에 접근하지 못한 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적지 않다.
속초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재 약 47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법률 지식 부족으로 보증금 피해를 입거나 긴급지원 제도를 알지 못해 위기를 겪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지역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강전하 속초시 복지정책과장은 시가 운영 중인 정착지원 정책을 직접 설명했다. 속초시는 △생계비·의료비 등 긴급복지 지원 △자격증 및 운전면허 취득 지원 △북한이탈주민과 국내 주민 간의 교류 및 결연 사업 △문화·체육 프로그램과 명절 간담회 개최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을 지속 운영 중이다. 이 외에도 시는 실태조사 및 민간단체 협력을 통해 개인별 정착 여건에 맞는 맞춤형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병선 시장은 “오늘 이 자리는 함께 살아가는 속초를 만들기 위한 소통의 장”이라며 “어려움이 있다면 시가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한영환 협의회장은 “탈북민 가족들이 홀로 고립되지 않도록 민주평통이 계속 귀 기울이겠다”며 “오는 7월 12일 북한이탈주민의 날 행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민주평통 속초시협의회는 앞으로도 분기별 정기 간담회를 이어가며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과 지역사회 내 교류 확대를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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