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속초시근로자종합복지관 3층 교육실에서는 청년과 중장년 1인 가구가 테이블을 나누어 혼밥만들기 요리활동을 진행했다.
“만약 무인도에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하루 동안 투명인간이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속초시근로자종합복지관 3층 교육실. 낯선 이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과 사는 동네, MBTI와 취미, 그리고 질문지를 뽑아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처음 만난 자리였지만 어색한 분위기는 미소와 함께 누그러지고 있었다.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의 관심사와 성향을 자연스럽게 공유했다.
지난 5월 20일, 속초시에 거주하는 청년 및 중장년 1인 가구가 함께한 첫 만남은 그렇게 다정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속초시가족센터(센터장 배영란)는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1인 가구 행복주치의’ 프로그램을 통해 총 13회차로 교육·체험·여가 활동을 운영한다.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진행된 ‘1인 가구 삶의 만족도 조사’ 시간은 참가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거주 중인 주택의 월세, 관리비, 도시가스 여부, 식비 부담, 겨울철 난방비 등 다양한 이야기가 테이블 위로 쏟아졌다. “혼자 살면 외식이 잦은데, 속초는 밥값이 너무 비싸다”, “기름보일러 때문에 겨울엔 춥게 살 수밖에 없다”, “작은 도시라 이동은 편하지만 지역 공동체의 거리감은 여전히 있다”는 목소리들이 오갔다.
속초시의 1인 가구 지원사업은 2022년 청년층을 시작으로, 2023년 중장년층까지 확대됐다. 올해는 ‘건강·마음·금융·여가 주치의’라는 네 가지 주제 아래 청년과 중장년이 함께 또는 각각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참가자 정원 24명 모집에 3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릴 정도로 관심도 높았다.
속초시 1인 가구 지원 프로그램 첫 회차,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햄버거 김밥과 도시락 메뉴.
첫 만남을 마무리한 후, 본격적인 체험활동으로 ‘햄버거 김밥 만들기’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각자 쌀밥과 재료를 손질하고, 파프리카·소시지·치즈 등을 넣어 김밥을 말았다. “그림을 보고도 처음엔 어떻게 말아야 할지 몰랐다”며 머리를 긁적이던 이들은 이내 익숙하게 손을 움직였다. 식사는 도시락 형식으로 준비됐고, 햄버거 김밥과 샐러드, 과일과 간식이 담긴 트레이가 하나씩 놓였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은 조용히 이어졌다.
30대 청년 참가자 최민희 씨는 “혼자 살면 당연하게 지나가는 일상이지만, 함께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며 “작년에도 참여했는데 이번엔 더 빨리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가족센터 관계자는 “1인 가구는 ‘먹는 것’에서 오는 결핍이 크다. 그래서 2022년부터 늘 요리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해왔다”며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경험이 관계 형성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속초시가족센터는 ADT캡스와 협력해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호신술 실습을 진행했다.
한편, 지난달 27일에는 ADT캡스와 협력해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 교육과 호신술 실습도 진행됐다. ADT캡스 전문 경호팀은 실제 범죄 상황에서의 대처 요령과 호신 기술을 실습 중심으로 전했다.
‘행복주치의’라는 이름처럼,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의나 체험을 넘어 1인 가구의 삶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함께 돌보려는 시도였다. 질문지 한 장, 김밥 한 줄, 짧은 자기소개를 통해 처음 만난 이들이 서서히 서로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조심스럽고 깊이가 있었다.
참여자로서 그 시간을 함께 하며, 1인 가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새삼 체감했다. 동시에, 사회 속에서 1인 가구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면서도 건강한 공동체를 꾸려갈 수 있는 힘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앞으로 이어질 요가, 금융교육, 힐링 여행 등의 여정이 ‘삶의 주치의’, 나아가 ‘행복의 주치의’가 되어주는 시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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