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우리동네 시인, 이성선> 상영회가 열린 고성군 성대2리 마을회관에서 주민과 영상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요한 마을에 시가 도착한 날, 마을은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고성군 토성면 성대2리 마을회관에서 특별한 상영회가 개최되었다. 이성선 시인의 고향마을에서 그의 시를 만나는 자리였다.
<우리동네 시인, 이성선>은 지난 2024년 극단 루트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고성문화재단과 함께 만든 영상작품이다. 고성 주민들이 직접 이성선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그 과정이 고성의 일상과 함께 따뜻한 영상으로 탄생했다. 이웃이 들려주는 시의 세계는 낯설면서 익숙했다. 본인이 직접 시를 선택한 후 일상 속에 시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인의 세계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성대리는 이성선 시인의 고향이다.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어린 시절의 시인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함께 놀던 동무, 지나가며 인사를 나누던 이웃. 그래서 이날의 상영회는 조금 더 특별했는지 모른다.
상영회의 배경음은 현장에서 키보드가 담당했다. 아코디언 라이브 공연도 함께 했다. 이성선 시인의 시에 멜로디가 입혀지는 순간, 마을은 작은 극장이 되었고, 주민은 시인의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되었다. 시인의 대표작들을 엮은 소책자도 주민들에게 배부되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낯익은 언어 속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성대리에는 지금도 시인을 기억하는 표식이 있다. ‘이성선 시인의 길’이 조성되어 있고, 시비도 세워져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의 시처럼 조용하고 단단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때의 소년이 시인이 되어 돌아온 길. 그 길을 주민들과 함께 만나고 싶은 순간이 이번 프로젝트의 첫걸음이 되었다.
이 영상은 앞으로 고성의 다른 마을을 찾아갈 예정이다. 마을마다, 사람마다 시를 품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동네 시인, 이성선>은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려 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깊은 사유의 세계로 안내하는 시인의 세계가 지금, 우리 곁에 머무는 순간이다.
오는 9월에는 고성문화재단 주관으로 ‘제1회 이성선 문학축전’이 열린다. 시인의 정신을 기리는 이 축전은 생태와 평화의 메시지가 깃든 고성만의 인문축제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동네 시인, 이성선> 상영회는 그 시작이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