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과 진학을 목표로 도전하고 있는 양양고 1학년 정수빈 양.
오후 5시 양양청소년수련관. 로비를 가득 채우는 청소년들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한 소녀가 다가와 환하게 인사했다. 양양고등학교 1학년 정수빈(17) 양이다.
“춤과 연기로 저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수빈 양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속초에서 태어나 양양에 정착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부모님이 사업을 하는 양양에서 자랐고 춤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처음엔 재미 삼아 따라 하던 춤이 주변의 칭찬과 격려로 이어지며 미래를 향한 꿈으로 발전했다. 중학교에서는 친구 6명이 댄스동아리 ‘페이시스’를 결성해 춤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고, 동생의 목소리를 따라 하거나 만화 캐릭터를 흉내 내는 취미가 연기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처음에는 춤과 연기를 모두 하고 싶었지만, 좋아하던 드라마 속 배우를 따라 하는 것이 특기로 자리 잡으면서 연기자의 꿈이 또렷해졌다. 부모님은 쉽지 않은 길이라며 걱정했지만, 결국 딸의 꿈을 응원했다. 그는 SNS로 알게 된 소속사 오디션에 지원했고, 면접을 통과하며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현실의 갈림길이 남아 있었다.
수빈 양은 춤과 연기 둘 다 하고 싶었지만,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입시 전문학원의 추천으로 연기를 택하면서 예술고 진학을 준비를 했지만, 입시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결국 최종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좌절의 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가족, 특히 아버지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오디션 끝나고 새벽 3시에 양양으로 돌아온 적도 있어요.” 20차례가 넘는 오디션에 동행하며 아버지는 ‘로드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탈락, 또 탈락. 합격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빈 양은 오히려 그것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처음엔 좌절했지만, 실패도 저의 경험이고 자산이라 생각해요. 덕분에 멘탈이 단단해졌어요.”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진심을 담은 그의 말 속에서 수많은 좌절을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여러 번 고배를 맛본 양양고등학교 1학년 정수빈 양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다시 출발점을 세우고, 연기를 중심으로 진로를 다듬고 있다.
“여러 오디션을 거치다 보니 결국 연기가 제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댄스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며 자신의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공방의 모델 활동과 대기업 오디션 준비도 하며 실질적인 경험과 미래를 향한 디딤돌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는 여는 또래들처럼 진로에 대한 불안감도 안고 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크다. “실패가 두렵지 않아요. 어떤 길을 가든 길은 있다고 믿어요. 실패할 수 있지만, 저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아직은 미완성의 무대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정수빈 양의 여정은 언젠가 무대 위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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