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배피자’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지온씨.
‘속초’라는 지역에서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사는 것일까. 필자는 직장을 잡아서 속초에 온 지 1년이 되었다. 속초의 청년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이 많지 않다보니 처음 왔을 때 외로운 도시라고 생각했다. 이런 쓸쓸한 적막을 깨고자 청년의 소리를 듣고 소통의 창구가 되어보려고 한다.
속초는 대학교가 없다 보니 청년들이 정착하기보다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속초’라는 땅에 살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숨소리를 들어본다.
“자연 아름답지만 문화적 갈증 커”
“서울보다 속초가 덜 바쁘고 사람 냄새나요. 하지만 문화적 갈증은 커요.”
속초에 거주한 지 7~8개월 된 권지온(32) 씨는 현재 ‘갯배피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전에는 서울에서 주 6일 일하며 문화적 체험을 즐기던 그에게 속초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넘치지만, 문화적 기반과 청년 커뮤니티가 아쉬운 곳이다.
권 씨는 현재 직업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직장과 다양한 경험이 쌓이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는 것. 그는 “사장님도 지역 이야기를 자주 해주시는데, 속초엔 특색 있는 인물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속초에서 가장 아쉬운 건 문화적 체험의 부재다. 서울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고 즐길 공간이 부족하다. 특히 대학교가 없다는 점은 청년 문화 활성화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그는 “속초의 자연자원(바다, 산, 호수 등)을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인근 지역인 양양을 예로 들었다. “서핑 문화가 정착되면서 상권도 살아나고 경제적인 효과도 분명했죠. 그건 양양군이 만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문화였어요.”
“만날 수 있는 장이 필요해요”
권 씨는 속초에서 청년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고 했다. “오로지 헬스장에 혼자 가는 것 외엔 특별한 모임이 없어요.” 직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 외에 개인적인 교류가 거의 없다.
그는 청년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장소나 계기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같은 또래나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숨은 맛집도 같이 다니고 친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요즘 시대에 맞게 AI나 디지털 문화, 교육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초청해 교육과 체험을 결합하면 속초도 홍보되고 청년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커뮤니티 참여 의향에 대해 그는 “퀄리티가 좋다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전한 분위기가 전제되어야 하며, 기존 동호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서 그런 요소들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어 말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많기 때문에 꼭 모임에 나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도 사실이에요.”
속초시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프로그램 등에 대해서는 “그런 게 있다는 것도 몰랐다”라고 답했다. 그는 속초 시민들이 자주 지나는 지역에 팜플렛이나 안내물이 있다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그램의 목적과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청년들에 대한 소식지에 대해 시청에 찾아가서 직접 문의했지만, 이사지원금 외에 들은 것이 없다”며 실질적인 정보 전달의 한계도 언급했다.
속초 청년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상 속 문화 체험,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공간, 정보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청년을 위한 진짜 소통이다. 속초라는 도시가 가진 풍부한 자연 자원과 잠재력 속에서 청년들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목소리. 이처럼 작은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에서부터 속초시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최선용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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