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5살, 6.25 전쟁 중에 불국사 대웅전 대불을 보고 무서워했다는 부모님 말씀을 듣고 절에 가 부처님을 볼 때마다 인자한 모습 보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어린 나이에 불국사 대불을 보고 몹시 무서워하여 금강산에서 경주까지 피난 후 부산까지 가려다 부모님은 불국사 부처님이 부산으로 가지 못하게 어린 아들에게 무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하여 부산행을 포기하시고 고향 금강산 근처인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들려 주었다.
초·중·고교에 다닐 때 종교란에는 늘 불교라 적었다. 나는 불기 2549년 3월 6일 신흥사에서 ‘청성(淸性)’이란 수계증을 받은 신도다. 1954년부터 현재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
내가 설악산 신흥사를 접한 것은 1958년 가을 속초국민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다. 당시 숙박할 장소가 없어 신흥사 극락보전 법당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 전원이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 아침 극락보전 앞에서 단체 기념 촬영을 하였다. 비선대 미륵봉과 울산바위 삼성각 배경으로도 기념촬영을 하였다. 이후에도 1960년대 중·고 시절 소풍, 1970년대, 1980년대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설악산 신흥사를 중심으로 울산바위, 비룡폭포, 비선대를 자주 찾는다.
갈 때마다 찍은 사진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일주문이 없었기 때문에 인증샷은 신흥사 극락보전이나 비선대, 흔들바위가 보통이었다. 일주문이 1972년에 설치된 후 그 일주문 앞에서 인증샷를 했다. 지금은 관광객 또는 산행객들이 반달곰 상 앞에서 많이들 인증샷을 하지만 예전에는 일주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많이 하였다.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 현판이 일주문에 있었기 때문에 신흥사에 갔던 걸 인증하기 위해 이를 배경으로 많이들 인증샷을 촬영했다. 당시에는 필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중요한 장소에서만 촬영을 하였다.
1975년 1월 5일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 일주문에서 촬영했고<사진 1>, 1986년 같은 장소에서 촬영할 때도 일주문의 현판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였다.<사진 2>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新興寺)가 되어 있다.<사진 3>
지금도 설악산을 찾을 때 마다 일주문에서 인증샷을 한다.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新興寺)로 개명된 것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로 되어 있는 안내판은 첫째 부도군 안내판, 둘째 보제루 앞 경판 안내판, 셋째 보제루 안내판이 있다.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新興寺)로 되어 있는 안내판은 첫째 일주문 현판, 둘째 극락보전 앞 안내판, 셋째 명부전 앞 안내판 2곳이 있다. 같은 사찰 안에 있는 안내판에서 이렇게 혼용된 상태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인증샷 한 사진을 간직한 분들은 어느 신흥사가 맞는 한자인지 헛갈릴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접하고 나름대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보고자 문헌을 찾아보았다. 1982년 5월 20일 속초시 발행 <속초의 뿌리>, 1984년 12월 30일 속초문화원 발행 <속초문화 창간호> 43쪽의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의 유래도 찾아보았으며, 1991년 10월 1일 속초시 발행 <속초시지>도 찾아보았다. 그 결과 모든 문헌에서는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로 기록되어 있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新興寺)로 된 기록은 전무하였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여러 책자 중에서 1998년 12월 31일 속초문화원 발행 <향토사료전시관을 통해서 본 속초문화유산> 34쪽 10열에서 ‘오늘의 신흥사<원래는(神)興寺였으나, 현재(新)興寺로 개명>이다’는 기록을 찾았다. 비로소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新興寺)로 개명되었다는 내용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개명되었다는 내용은 그 뿐이다. 언제, 누가, 왜 개명하였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 모르긴 해도 신흥사(神興寺)란 명칭은 사적비에도 기록되어져 있는 상태이고, 대한불교 조계종에도 기록되어져 있을 것인데, 신흥사(神興寺) 전설을 오래도록 간직한 신흥사(神興寺)의 명칭을 누가, 언제, 왜 개명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를 공개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흥사(神興寺)의 사적기를 살펴보면 신라 진덕여왕 7년(653)에 자장율사가 왕명을 받고 창건하여 <향성사>라 하였으나, 효소왕 10년(701)에 화재로 소실되고, 이후 의상대사가 현재 내원암 부근의 능인암 터에 절을 지어 <선정사>라 하여 1000여 년 동안 번창하다가 인조 20년(1642)에 역시 소실되었다. 그 이듬해 ‘영서’, ‘연옥’, ‘혜원’ 세 스님의 꿈에 신인(神人)이 ‘오늘의 신흥사 터에 절을 지으면 누만대에 삼재가 미치지 않는 신역이니라’ 말씀하시고 홀연히 사라져, 똑같은 계시를 받고 인조 22년(1644)에 절을 창건하면서 신인(神人)으로부터 계시받았다고 하여 절 이름을 신흥사(神興寺)라고 하였다고 한다.< 출처 / ‘속초문화’ 창간호 43쪽 신흥사 주지 김혜법 기고문>
이와 같이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의 이름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 한 예로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는 1950년 6.25 전쟁 중에도 전혀 화마를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근의 금강산 신계사 가까이에 있는 고성군 건봉사도 전쟁의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모두 소실돼 불이문만 유일하게 남았다
그렇게 본다면 신인(神人)의 계시로 지어진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라는 이름이야 말로 세분의 승려 분들이 신흥사(神興寺)라 명명한 덕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오늘에 와서 무슨 뜻과 의미로 전설이 깃든 사찰의 이름을 바꿔야 했는지 몹시 궁금하다.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라 작명한 370 여년 전의 세 분의 창건 스님들의 뜻을 개명으로 훼손할 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창건 당시의 신흥사(神興寺) 전설과 같은 내용들은 지금에 와서 어떤 의미인가? 20여년 전, 창건 후 350여년이 지나서 글자 한자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역사를 가진 이름을 이렇게 개명한다면 언제 그 이름 또한 누군가에 의하여 또 개명될 것이 아닌가?
그러면 이 지역의 문화유산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변형과 모순되는 것만이 후손들에게 전해질 것이 아니겠는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는 불교계만의 유산이 아니라고 본다. 문화유산은 국가와 우리 모두의 것이라 생각한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오늘의 문화유산을 오늘의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개명할 수 있는가?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神興寺)를 설악산 신흥사(雪嶽山 新興寺)로 개명한 것은 재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춘복
속초의 바른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
설악신문사 이사
<사진 1> 필자가 1975년 1월 5일 속초시청 근무 당시 여직원들과 함께.
<사진 2> 필자가 1986년 여름에 신흥사(神興寺) 일주문 앞에서 촬영.
<사진 3> 2016년 1월에 촬영한 신흥사 일주문. 신흥사(新興寺)로 개명됐다.
<사진 4> 지난 10월 9일 촬영한 신흥사(神興寺) 경판 안내판.
<사진 5> 지난 10월 9일 촬영한 신흥사(新興寺) 명부전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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