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욱 / 속초시의회의장
최근 지역 언론을 중심으로 속초시와 관련된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그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속초문화원 인사개입 및 보조금 논란’, ‘자유총연맹 속초지회 보조금 및 공문서 위조 논란’, 그리고 ‘속초시시설관리공단 채용 비위 및 갑질 의혹’이다. 이들 사안은 각각 고유의 쟁점을 담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공통된 하나의 축을 공유한다. 바로 이 모든 기관이 직·간접적으로 속초시의 감독을 받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현행 법령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보조금에 대하여 점검·시정명령·환수 등 다양한 감독 권한을 가진다. 속초시시설관리공단의 경우도 속초시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으로, 설립자인 시장이 공단의 운영 전반에 대한 감독권과 이에 따른 책임을 갖는다. 요컨대, 이러한 논란들이 단순히 해당 기관들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속초시는 이에 관련된 명확한 입장 표명이나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논란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 자체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으며, 시민들로 하여금 시가 사태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된 기관들이 모두 시의 관리·감독 구조 내에 있는 만큼, 속초시의 침묵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러한 소극적 대응이 초래할 수 있는 가장 큰 손실은 시민의 신뢰 상실이다. 행정학적 관점에서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 요소로, 필자는 그것이 바로 지방자치 행정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하게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고 믿는다.
단순한 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공개와 진정성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는 공공기관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자, 신뢰를 쌓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언론의 일방적 보도에 따라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를 면밀히 따지고, 그에 따른 책임 유무를 신중히 판단하는 자세는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보도의 내용이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궁금증을 낳고, 논란이 반복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행정은 신뢰를 잃고, 불통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지방의회는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확보하기 위해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무관심할 수 없다.
필자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일원으로서, 논란이 제기되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속초시가 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단지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침묵은 미덕’이라는 말이 통용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묵묵부답(默默不答)은 때로는 진실보다 큰 오해를 낳고, 침소봉대(針小棒大)는 그렇게 시작된다. 의혹과 논란이 단순 추측에서 사실로 굳어지기 전에, 시는 보다 적극적인 소통과 설명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입장 없음’이 아닌 ‘입장 밝힘’이다. 시민이 믿을 수 있는 시정, 바로 그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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