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익 / 속초시의원
필자는 영랑호 생태탐방로와 관련한 환경단체의 주민소송에서 이에 대응하는 민선8기 속초시정의 일탈과 시의회 무시 등 위법부당한 행태를 지적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시정질문과 자유발언, 방송토론회와 언론기고 등을 통해 부교 철거의 부당함을 지적해왔다.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은 북부권 주민의 숙원사업 해결과 동시에 낙후된 북부권 개발로 인한 도시균형발전을 위해 민선7기에서 총사업비 40억2,200만원을 확보하여 조성하였고, 그 중 부교는 26억원이 투입된 핵심시설이다.
그런데 이 사업 시행을 반대해 온 환경단체가 주민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부교가 준공되었고, 그 무렵 차기 속초시장 출마를 계획하면서 사실상 부교철거를 공약해 온 민선8기 현 시장이 당선되어 취임하자마자, 관광과장 등 관광정책 관련 직원을 교체한 후 한동안 중단되었던 소송절차를 재개하였다.
민선7기에서 소송절차가 중단되었던 이유는, 원고로서 영랑호 생태환경 변화에 대한 입증책임자인 환경단체가 돌연 “1년간 영랑호 생태환경 변화를 조사하되 이를 소송절차 내의 감정절차로 진행하자”라는 제안을 해왔고 이를 피고 민선7기시정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후 민선8기에 시장이 바뀌면서 소송대응기조도 바뀌어, 종전 원고측 요구를 수용하고 더불어 환경단체가 부담해야 할 감정료 1억6,800만원도 속초시가 납부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따라서 그 이후의 소송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되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민선8기 속초시장은 선거공약과 관련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으로, 사실상 환경단체에 져주기 위한 재판수순을 기획한 후, 최종적으로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포기함으로써 속초시 패소를 자초하였다.
화해권고결정이란, 재판진행 중 사실상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합의안을 마련하여 당사자에게 이행을 권고하는 재판절차인데, 이 결정에 당사자 일방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화해권고결정은 효력을 잃고 정식소송으로 재판이 진행된다.
따라서 당시 속초시의회는 피고측인 속초시에 즉시 이의신청하여 소송계속이 이루어지도록 주문하였으나, 도리어 속초시는 행정소송의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발송하여 이를 승인받은 후, 이의신청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모든 소송절차를 사전 계획대로 종결시켰다.
그럼에도 속초시는 이를 “법원판결”이라고 왜곡하여 시민들을 속이려 들고, 법원의 판결에 따른 시의 집행사무절차에 시의회가 제동을 거는 것은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환경단체와 함께 시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 모든 일련 과정에서 당사자인 속초시와 환경단체는 법원의 조정이라는 소송구조를 악용해 사전 각본대로 부교철거 결정을 이끌어낸 후, 그 전후사정을 알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법원의 재판결과”라고 왜곡하면서 철거의 명분과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사실상 시민들로부터 부교철거의 사전 면죄부를 얻기 위한 전략적 절차였던 것이다.
법상 일정규모의 이상의 공유재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경우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속초시는 부정한 재판절차를 통해 취득한 결과를 가지고도 부교철거를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의회는 소송절차상 불법행위가 내재되어 있고 시민적 동의도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속초시가 행안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채 ‘부교철거공법 및 사업비산정 용역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이번 추경에 편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부정한 목적으로 당사자가 야합하여 재판을 종결시킨 것은 법적책임 이전에 시민적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상황에서, 행안부의 답변을 근거로 공유재산관리계획 마저 회피하려는 속초시 행정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행안부의 답변은 정상적 소송결과에 대한 일반적 해석일 뿐이다. 불법이 내재되어 있는 사안이라는 걸 사전에 행안부가 알았다면 그 해석은 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행안부와 법제처에 비정상적이고 불법이 내재된 본건 재판과정을 소상히 적시해서 재해석을 요청할 계획이니 속초시는 기다려야 한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발생한 속초시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향후 상황에 따라 민형사상의 법적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며, 이와같이 소송당사자인 속초시와 환경단체가 야합하여 이끌어 낸 재판결과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의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교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애용하고 있는 속초시민 소유의 공공재이다. 따라서 이를 철거하면 당장 시민불편이 발생할 뿐 아니라, 수십억원 상당의 속초시 재정감소가 초래되고 그동안 잠잠하던 시민 갈등도 재점화할 수 있는 중요하고도 심각한 사안이다. 반면, 부교로 인한 환경훼손은 현재 전무한 상태이므로 종전 의회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주민공청회 대신, 복수의 언론사를 통한 시민여론조사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재차 의회에 제안한다.
또한 부교의 존폐에 관한 최종결정 전에 영랑호 생태환경 변화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영랑호 관광단지 조성계획이 기본준비단계에 있으므로 상호 발전적 연관관계도 검토하는 등 영랑호부교로 인한 장단점을 다방면에서 비교형량한 후 철거와 존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초시의회는 민선8기 속초시정에 묻는다. 속초시의 불법적 소송행위는 차치하고라도 50억원 상당의 시 재정을 축내가면서 시민과 관광객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부교를 철거명분 조작으로 없애버리려는 것이 정상적인지, 과연 시민을 위한다면 그래도 되는 것인지를 속초시는 시민들께 답해야 할 것이다.
영랑호부교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북부권의 발전을 선도하는 순기능과 함께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애용하고 있는 시민모두의 자산이다. 부교의 유지발전과 시재정 보전 차원에서 시민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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