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 부교.
속초 영랑호 부교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행정안전부의 ‘법원 판결에 따른 철거는 의회 심의 없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법원의 ‘부교 철거’ 조정 결정 이후 8개월 넘게 지체되어온 철거 절차는 시의회의 예산 심의로 접점을 모색하게 됐다.
속초시는 지난 2월, 영랑호 부교 철거와 관련해 ‘법원의 조정 결정에 따라 공작물(부교)을 철거하는 경우 공유재산관리계획 수립을 제외할 수 있는지’를 강원도를 통해 행정안전부에 질의했다. 이에 행안부는 이달 초 공유재산법 시행령을 근거로 “법원의 판결에 따른 소유권의 취득 또는 상실은 공유재산관리계획에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회신했다. 이어 “이는 법원의 판결이 있는 경우에는 공유재산관리계획 수립, 공유재산심의회 및 지방의회 의결 등의 행정력 소모 없이 신속하게 취득 또는 상실에 관한 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는 영랑호 부교 철거를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더 이상 시의회에 제출하지 않고, 철거를 위한 예산 확보로 방향을 전환했다.
시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따른 철거는 공유재산법상 별도의 의회 심의 없이도 가능하다는 회신에 따라, 철거비 산정을 위한 용역 예산 3,000만원을 1차 추경안에 반영했다”며 “용역 결과에 따라 실제 철거비가 확정되면, 본예산 또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예산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원욱 속초시의회 의장은 “우리는 철거 관련 안건을 정례위원회에 올려 본회의에서 의결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 직전에 행안부 회신을 받았다”며 “이제는 집행부가 책임 있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며, 시의회는 철거 관련 예산안이 제출되면 반드시 심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주민소송에서 2023년 8월 ‘부교를 신속히 철거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시의회는 지난해 2차 정례회에서 영랑호 부교 철거와 관련한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제외하고 철거실시설계용역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시위와 성명을 통해 시의회와 시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해왔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지난 14일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은 법원의 판결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하여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필요가 없으며 법원 판결로 그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의미”라며 “속초시와 시의회는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기 위하여 부교철거예산을 신속하게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1차 추경에서 반영된 철거비 산정용역 결과에 따라 향후 실질적인 철거 예산 규모가 확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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