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조양동 작은 골목에 문을 연 쿠킹스튜디오 ‘플래버링’은 화이트톤의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조리도구, 소품들이 화사한 기운을 자아내며 들어서는 사람들을 따스하게 반긴다. 자신만의 진심을 담아 공간을 꾸려나가는 주인장의 경쾌한 미소와 인사도 반갑다. 서울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던 김은정 대표는 요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기를 꿈꾸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 속초의 자연과 로컬푸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먹는 문화’를 만들고 싶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최근 속초시 조양동에 쿠킹스튜디오 ‘플래버링’을 연 김은정 푸드스타일리스트.
“함께해서 더 맛있고 나눠서 더 행복”
-플래버링은 어떤 공간이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플래버링은 로컬푸드를 직접 만들고,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쿠킹스튜디오예요. 단순히 요리를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소규모 케이터링이나 광고 촬영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기획했어요. 제가 이 공간을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맛있는 식사’가 저에겐 곧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이기 때문이에요. 요리라는 걸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에서 그걸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게 ‘플래버링’의 시작이었죠.”
-이 공간을 통해 어떤 관계와 가치를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음식은 삶의 기본이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과정은 공동체를 만들어줘요. 저는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힘을 믿어요. 속초에서 살면서 토박이분들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외지에서 온 분들과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저는 이 도시 안에서 그런 어우러짐, 함께 살아가는 즐거운 삶을 나누고 싶어요. 플래버링은 그래서 ‘함께해서 더 맛있고, 나눠서 더 행복한’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영화 속 음식 만들어보는 모임 준비
-현재 어떤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신가요.
“지금은 세 가지 정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로컬푸드 클래스, 1인 가구 클래스, 그리고 음식영화 클래스요. 특히 음식영화 클래스는 함께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눈 후, 그 영화에 등장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소모임이에요. 음식을 통해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좋겠어요. 속초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어요.”
- 속초살이 5년 차, 이전과는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서울에선 늘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어요. 그런데 속초에서는 자연이 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어요. 자연은 해야 할 몫을 묵묵히 해내는 존재잖아요. 계절마다 바람 끝에 머무는 향기도 달라요. 서울에선 그렇게 섬세하게 느끼기 어려웠는데, 여기선 매일 그런 감각들을 느껴요. 저는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속초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의 경험이 이 공간에 어떻게 녹아 있나요.
“공간을 꾸릴 때 예전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동선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작업이 편하도록 준비했죠.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워요. 경험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고, 해봤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것. 그런 걸 새삼 다시 느꼈어요.”
- 로컬 식재료와의 연결은 어떻게 풀어내나요.
“속초의 로컬 식재료는 처음엔 투박해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안에는 속초의 계절, 사람, 삶이 담겨 있어요. 저는 그런 재료를 더 아름답게 스타일링하고 싶어서 직접 요리를 만들고 연구하고 있어요. 시장이나 직판장을 자주 가고, 생산자나 판매자 분들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죠. 그런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감사해요. 로컬푸드는 결국 그 지역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지역경제에 도움 된다면 정말 보람”
-문화도시 속초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작년에 문화도시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오랫동안 준비해 오신 분들의 노력과 애정을 가까이에서 보게 됐어요. 저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요. 속초는 자원이 너무 많은 도시예요. 관광도시인 만큼 그로 인한 로컬 문화들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진 것들을 예술로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잖아요. 그런 표현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푸드스타일리스트로서 문화도시에 어떻게 기여하고 싶으신가요.
“속초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그 이야기들이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시 전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푸드스타일링이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일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속초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다면요.
“제 오랜 꿈 중 하나는 농어민과 소상공인 분들을 위한 일을 하는 거예요. 그분들이 정성껏 키우고 잡아온 농수산물, 직접 만든 가공식품, 음식들을 푸드스타일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고, 매출이 늘어나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보람 있을 것 같아요. 영상이나 이미지, 콘텐츠로 그걸 잘 담아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플래버링’은 공동체의 삶이 담긴 음식, 함께해서 더 맛있고 나눠서 더 행복한 음식이 계속 이어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렇게 함께하는 삶을 이곳에서 오래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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