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시외버스터미널 전경. 이용객 감소로 운영 중단이 가시화되고 있다.
북위 38도 29분.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고성군 현내면 ‘대진시외버스터미널’이 지역인구 감소와 이용객 급감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진시외버스터미널은 1980년대 초부터 윤준원(82) 대표가 사별한 남편으로부터 이어 받아 군민과 함께해온 곳으로, 윤 대표의 건강 문제로 약 2년 전부터 자녀들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고성군 인구가 1980년 4만9,197명에서 2025년 3월 2만6,812명까지 줄어드는 사이, 터미널이 위치한 현내면도 올해 3월 2,115명을 기록, 군내 6개 읍면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대표적 인구소멸 위기 지역이 됐다.
현재 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은 군부대 장병들로 하루 평균 20명이 휴가나 외출을 위해 터미널을 찾고 있으며, 일반 지역민 이용객은 주 단위로 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터미널 측은 “인구 감소로 인한 이용객 급감이 노선 감소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주민들과 관광객의 이동 방법이 시외버스보다 시내버스나 자가용 이용으로 변화한 것이 큰 이유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진터미널은 서울, 춘천, 강릉, 대구, 부산 등 다양한 노선이 운영됐지만, 현재는 금강고속이 동서울을 오가는 1개 노선만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성군에서 운영하는 마을버스 및 시내버스가 대진터미널을 경유하지 않는 것도 지역민들의 이용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주 이용층인 군 장병들도 국방부 지침으로 부대에서 외출·외박 인원을 사전 취합해 대절한 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운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터미널 측의 설명이다.
현재 터미널의 연간 평균 수익은 약 1,000만원으로 보험료, 세금, 공과금 등 운영비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무인발권기(키오스크) 설치, 환경개선 등 이용객 유치를 위한 방안을 구상했지만, 수익이 적어 실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군의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4년 폭설 피해로 건물 재건축 비용을 지원받았고, 2019년 리모델링 과정에서 일부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시내버스 경유 문제, 군부대의 버스 대절 이용 등에 대한 민원에도 별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폐업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터미널 측은 “대진터미널이 민간사업체로 운영되고 있어 지원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강원도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어 터미널 지원 및 개선 사업을 위한 예산 편성·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고성군민의 오랜 염원인 동해북부선 철도 개통도 대진터미널을 비롯한 관내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자들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터미널 측은 “철도 연결로 군내 교통망이 바뀌고 버스 이용객도 더욱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역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시류에 맞춰 터미널을 폐업할 수밖에 없다면, 최북단 터미널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지역민이나 관광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내면은 한반도 최북단에 위치해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지역이지만, 교통 및 관광시설 부족으로 인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고성군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통일전망대 일대가 산림이용진흥지구로 지정돼 고성군이 관광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현내면 주민들은 대진항과 명파해변 등이 단지 지나치는 곳이 아닌 머물다 갈 수 있는 관광명소로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임천식 기자 limcun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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