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1. 붉은대게와 젓갈의 고장, 속초
2. 붉은대게가공산업, 어디까지 왔나
3. 제2의 도약 꿈꾸는 속초젓갈산업
4. 강경젓갈은 어떻게 다르나
5. 울진 붉은대게가공산업 사례
6. 붉은대게와 젓갈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난달 15일 오후, 강경 읍내는 젓갈축제로 떠들썩했다.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은 강경젓갈축제는 12일 개막해 16일까지 5일간 젓갈시장과 젓갈공원을 중심으로 읍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로 선정된 강경젓갈축제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축제기간은 젓갈 성수기라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젓갈가게마다 손님들이 가득했고, 젓갈을 고르고 맛보고 담고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논산시는 “도심축제로 전환한 첫해인데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며 27만여명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까지는 금강 둔치에서 젓갈축제를 열었다. 강경전통맛깔젓사업협동조합(이하 강경젓갈조합) 조용훈 조합장(강경젓갈축제 추진위원장)은 “둔치에서 축제를 하면 젓갈류를 가져 나가야 하기 때문에 위생상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 지역상권도 살리고 강경의 근대역사거리도 관광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올해는 도심에서 축제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젓갈가게 일대가 축제장이다. 강경젓갈축제는 국비와 시비, 자부담 등 모두 8억 3,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젓갈축제가 강경젓갈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조 조합장은 “20년 전 강경의 젓갈가게는 16곳에 불과했다. 상인들이 조합을 결성해 강경젓갈을 홍보하고 상권도 살리기 위해 500만원씩 갹출해 젓갈축제를 시작했다. 젓갈축제를 개최하면서 강경젓갈이 더 유명해졌고 가게도 150여 곳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강경은 젓갈 집산지…새우젓·액젓 유명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은 조선후기 평양, 대구시장과 함께 전국 3대 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내륙 깊숙이 위치해 있지만, 금강하구의 관문으로 해상과 육상교통의 요충지였다. 서해에서 잡은 수산물이 금강을 타고 강경으로 들어왔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상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팔고 남은 수산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염장법과 수산가공법이 발달했고, 토굴을 이용한 저장방법도 발전했다.
강경젓갈은 새우젓과 액젓이 유명하다. 강경은 정확히 말하면 젓갈의 집산지이다. 대표 젓갈인 새우젓은 전남 신안군에서 90% 이상을 들여온다. 신안은 강경 사람들이 아니면 배를 팔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바다에서 잡자마자 선상에서 바로 염장한 것을 봄부터 입찰로 구입해 발효숙성한 후 판매한다. 오젓(5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과 육젓은 신안에서, 추젓은 인천에서 많이 나온다. 과거에는 토굴에서 발효를 했지만, 지금은 가게마다 숙성실을 갖추고 있다.
조 조합장은 “그전에는 새우와 소금이 각각 50%였는데, 지금은 저염으로 새우 75%, 식염(소금) 25%를 쓴다. 소금을 적게 넣기 때문에 영하 3도까지 떨어져야 숙성이 잘 된다. 가게마다 숙성실에서 3~6개월 정도 숙성시킨 다음 온도를 영상으로 올려서 손님들에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강경젓갈시장은 김장철을 앞둔 10월~11월초에 성시를 이룬다. 이 시기에 전국에서 도매상과 소비자들이 몰린다.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120여대의 관광버스가 들어오고 250~300여 드럼이 판매된다. 젓갈축제 기간에는 관광객이 주고객이다. 현지 판매와 온라인으로도 많이 나가지만, 택배 판매량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강경젓갈가게 대부분이 명란, 창란, 오징어젓갈, 조개젓 등 다양한 앙념젓갈을 함께 갖추고 있다. 많은 곳은 20여가지를 판다. 새우젓과 액젓의 유명세에 양념젓갈 판매량도 덩달아 뛴다. 강경에 양념젓갈 공장이 두 군데 있지만, 거기서 다 공급을 하지 못해 외부에서 들여오고 있다.
조합 공동으로 딸기·인삼젓갈 준비
강경도 갈수록 젓갈 판매량이 감소해 고민이다. “지금은 전국 어느 지역에 가도 새우젓이 다 있어요. 수입산도 많이 들어옵니다. 20년 전에는 강경젓갈이 전국 젓갈 판매량의 7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50~60%로 떨어졌어요. 강경젓갈을 지키기 위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수입산을 막는 겁니다.”(조용훈 조합장)
강경젓갈조합은 3년 전부터 논산시와 함께 ‘착한명품가게’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2012년 한 방송에서 불량 새우젓 판매가 보도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현재 80여 곳이 ‘착한명품가게’ 표지판을 부착했다. 이들 가게는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수입젓을 절대 팔아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착한명품가게 표지판을 내리게 하고 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제보자에겐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착한명품가게 사례는 지난해 제10회 대한민국친환경대상에서 식품안전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강경젓갈조합은 1997년 설립됐다. 현재 90여개의 젓갈가게가 가입해 있다. 조합은 3개월에 한번씩 ‘착한명품가게’를 방문해 수입산 판매여부와 위생상태 등을 점검한다. 좋은 젓갈을 판매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워크숍도 열고 상인 교육도 한다.
논산은 딸기가, 인근 금산은 인삼이 유명하다. 강경젓갈조합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끔 딸기젓갈과 인삼젓갈을 개발해 일회용 캔 제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젓갈공장을 건립해 생산하기로 했다. 이미 3,600㎡의 부지를 마련해 놓았고 내년 1월쯤 착공할 예정이다. 자부담과 지자체,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억~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등 해외수출도 준비 중이다.
강경젓갈은 뭐가 달라 많이 찾을까. 심씨네 젓갈식품 심철호 대표(56)는 “탁월한 발효숙성으로 품질이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강경젓갈축제 기간에는 젓갈가게마다 손님들로 붐빈다.
젓갈김치 담그기는 강경젓갈축제의 인기 체험행사다.
배 모양으로 조성한 강경젓갈 전시관.
강경전통맛깔젓사업협동조합 조용훈 조합장이 젓갈 숙성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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