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후 탄핵 집회를 해온 시민들이 속초 서독약국 앞에서 시민들에게 ‘시민승리 축하, 감사의 떡’을 나눠주고 있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인용 판결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국회가 같은 달 14일 탄핵소추안을 헌재에 접수한 지 111일 만이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 △군·경 동원 국회장악·의원 체포 시도 △포고령 1호 위헌성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법조인 체포 시도 등 국회의 5가지 소추사유를 모두 인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 윤석열은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해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병력 투입으로 중앙선관위를 압수수색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했으며, 포고령 발령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등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 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판시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이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는 등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고했다.
헌재가 4일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이번 대선은 늦어도 장미가 피는 6월 3일 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제35조도 마찬가지다.
현재 유력하게 전망되는 대선일은 6월 3일이고, 이 경우 후보자 등록은 선거일 24일 전인 5월 10~11일 진행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지난 4일 11시 22분, 속초 시민들의 반응은 찬반에 따라 엇갈렸지만, 대부분 하루빨리 위기 상황이 해결되기를 바랐다.
속초 동명동에 거주하는 A씨는 “지금은 경제도 어렵고 국민도 어지러우니 갈등을 하루빨리 봉합하고 한마음이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영랑동에 거주하는 B씨는 “한 사람의 욕심으로 나라가 파국으로 향한 것도 충격이지만, 두 정당으로만 나뉘는 정치 흐름이 특히 우려스럽다”며 “시민 의식이 높아져 두 당뿐 아니라 정치적 다양성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도균 더불어민주당 강원특별자치도당위원장은 “무너진 대한민국의 법치와 민주주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차디찬 길거리에서 끝까지 힘을 모아주신 153만 강원특별자치도민을 비롯한 국민의 승리”라며 “헌정 질서 회복과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최종현 속초시의원 등 민주당 도당 기초의회원내대표협의회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민주 헌정질서를 뿌리째 흔든 대통령에 대한 국민과 법치의 단호한 심판이며,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보수와 진보, 지역과 계층을 넘어 강원도민 모두가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의 문을 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인용 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안타깝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 이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임을 굳게 믿으며,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국가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의회 폭주와 정치적 폭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며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치유와 공동체 회복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나영·정채환·홍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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