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군에서 가족과 함께 체류하며 농어촌유학 중인 학생들이 ‘작은 학교’의 특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자녀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대치맘’이 화제가 된 가운데, 인구소멸지역인 양양군의 ‘작은 학교’들이 농어촌유학생을 대거 유치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양군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신경호)의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1학기 기준 총 83명을 유치해 도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도내 12개 지역 39개 초등학교에 총 289명의 농어촌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양양군 소재 초등학교에는 총 83명이 다니고 있다. 학교별로는 한남초 24명, 남애초 35명, 광정초 20명, 현성초 4명이다.
속초양양교육지원청은 학부모들이 양양을 선택한 이유로 △쾌적한 자연환경 △학교별 특화 교육 프로그램 △풍부한 지역 관광자원 등을 꼽았다. 특히 양양군의 농어촌유학은 100% 가족체류형으로 운영되며, 월 60만원의 주거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주거비는 강원도와 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한다. 서울시 출신 유학생은 서울시가 5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강원도와 도교육청이 분담한다. 도교육청은 농어촌유학 참여 학교에 연간 1,000만~1,500만원의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양양군도 프로그램과 별도로 자체 교육경비를 추가 편성해 현장 요구에 맞춘 프로그램의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남초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푸른 숲과 맑은 계곡이 가까이 있어 자연 속에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북토크, 윈드 오케스트라, 서핑, 승마, 원어민 영어캠프, 생태탐방 등 도심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원자가 몰리면서 학급 규모가 커져 복식학급(2개 학년 이상이 한 교실에서 수업)에서 단식학급으로 전환됨으로써 교육과정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 학부모는 “대기자가 50명이 넘을 만큼 인기라고 해서 조바심이 났는데 다행히 선발됐다. 아이가 자연 속에서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도심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생태체험 활동을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유학은 강원특별법에 따라 지역 특성에 맞춘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도시 학생들에게는 자연 속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농어촌학교에는 학생 수 증가와 복식학급 해소 등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물론 농어촌 유학생 가족의 정착률 제고라는 과제도 남아있다. 도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남초 농어촌유학에 참여한 29명 중 실제 양양에 정착한 학생은 8명으로 정주율이 27%에 불과했다. 정착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주거 문제를 비롯해 일자리 부족, 의료·진학 인프라 미비 등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열린 양양군교육행정협의회에서는 속초양양교육지원청이 군에 건의한 ‘농어촌 가족 주거시설 확보 지원 방안’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군에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이며, 우선 실현 가능한 과제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양군 초등교육 관계자는 “농어촌유학은 단순한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교육을 받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교육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아이가 생활하며 자라는 공간인 ‘작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지역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양군의 농어촌유학 프로그램이 인구소멸 지역의 위기 대응과 성장 기반 마련에 일정한 효과를 내기 시작한 가운데, 향후 지속적으로 운영되며 실질적 정착률 향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홍기성 기자 cogsh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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