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운영·진화 기술은 반복 훈련 필요”
박성열 속초시 산불예방전문진화대 대장.
최근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열흘간의 사투 끝에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번 대형산불로 인해 유독 긴장했던 이들이 있다. 속초와 고성의 산불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산불예방전문진화대 대원들이다. 이들은 이번 산불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한다. 4월이 되면 2019년 속초고성 산불의 기억이 떠오른다. 시민들이 벚꽃을 기다리는 동안, 진화대원들은 매일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살피며 무전기를 손에 쥐고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지난 1일 노학동 바람꽃마을에 위치한 속초시 산불대응센터를 찾아 박성열(62) 산불예방전문진화대 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속초진화대, 연륜과 경험이 강점”
-최근 산불 발생 양상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실제 체감하는지.
“기후 변화 때문인지 바람이 예전보다 훨씬 강하게 불고, 눈이 와도 빨리 녹아버린다. 예전엔 봄에 이렇게 바짝 마르지 않았다. 속초는 특히 바람 지형이라 더 민감한 상황이다. 노학동, 설악동 같은 지역은 SUV 차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분다.”
- 속초시 산불진화대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
“진화대는 35명이고, 주간 감시원 49명, 야간 감시원 49명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감시원들이 전 지역에 배치돼 있고, 진화대는 차량을 나눠 3~4대씩 설악산, 영랑호, 하도문 등 권역별로 순찰한다. 또 3월 25일부터는 야간에도 한 개 조가 추가로 순찰 중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속초시 산불 대응 체계의 차별점이 있다면.
“속초는 체계가 잘 잡혀 있다. 강원도에서 열리는 진화대 경진대회에서 항상 상위권에 들고, 1등을 한 적도 있다. 무전 체계도 잘 되어 있어서 수시로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감시탑은 청대산과 주봉산 등 주요 고지에 설치돼 있고 감시 조장들이 있어 상황 파악과 초기 대응이 빠른 편이다.”
-진화 인력의 고령화 문제가 전국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속초는 어떤가.
“속초는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모두 비교적 전문화된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60대 이상이어도 체력 검증 후 선발되고, 10년 넘게 일하신 분이 많다. 대부분 지역 토박이이고 산세를 잘 알고 있어 사고 위험도 적다. 사실 진화대원들의 사고는 그 지형을 잘 몰라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연륜과 경험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장비 부족 문제도 전국적 이슈인데.
“속초시는 장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서 크게 부족하지 않다. 진화차량, 중형펌프, 안전화 등도 계속 보강하고 있고, 작년에 2.5톤급 차량이 새로 들어왔다. 열흘에 한 번씩 방염복과 장비 점검이 이뤄진다.”
-최근 도입된 기계화 장비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달라.
“기계화 시스템은 예를 들어 산 중턱에서 불이 나면 진화차에서 250m까지 물을 끌어올리는데, 그 중간에 수조를 설치하고 중형 펌프를 이용해 다시 더 위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750m까지도 대응이 가능하다. 깊숙한 곳에서 산불이 나도 진입이 전보다 쉬워진 거다.”
지난 1일 찾아간 속초시 산불대응센터 앞에서 산불예방전문진화대 대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불법 소각 행위, 큰 산불로 이어져
-가장 기억에 남는 산불 현장은.
“2019년 미시령 산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시 퇴근 후 집에 가다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출동했다. 바람이 너무 세서 물을 뿌려도 호스에서 나오는 물이 앞으로 안 가고 뒤로 날렸다. 고압선이 떨어져 차량도 포기하고 대피했다. 그때 구조한 진돗개, 벌통과 가축이 모두 탄 장면이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플만큼 생생하다.”
-산불 감시나 진화업무에서 개선이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일당제이기 때문에 날씨가 흐리면 출근 자체가 제한된다. 이런 날은 오히려 자체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인데, 그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 장비 운영, 진화 기술은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데, 그런 점이 보완됐으면 한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불법 소각 행위는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새벽이나 늦은 밤에 몰래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물을 떠다 놓고 해도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진다. 산불은 휘발유 뿌린 것처럼 퍼진다. 불법 소각 예방을 위해 파쇄단을 운영 중이다. 농가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예전엔 태웠지만, 지금은 파쇄기로 처리해 준다. 시민들께서는 조심하고, 작은 불씨라도 보이면 꼭 신고해주길 바란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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