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양양 문철희 대표는 매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정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양군 남대천 일대에 봄내음과 함께 고소한 현미빵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그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코코양양’을 만날 수 있다. 양양산 햅쌀로 만든 현미 빵을 판매하는 이 작은 가게는 단순한 빵집이 아니다. 문철희(69) 대표가 말하듯, 이곳은 “사람들과 대화하며 정을 나누는 사랑방”이다.
“서울에서 제조업과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제가 다니던 회사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IMF 이후 모든 걸 내려놓고 양양으로 왔습니다. 사업하려고 온 건 아니었어요. 그저 맑은 공기를 마시러 왔습니다.”
오전 10시, 갓 구운 빵들이 가득한 매대의 모습(왼쪽)과 30분 뒤 거의 모든 빵이 팔려 매대가 비어 있는 모습(오른쪽).
쌀 경진대회 금상 받은 농가 쌀만 고집
문 대표는 양양으로 오기 전 서울에서 빵 가게를 운영하며 하루 매출 100만원, 50여명의 직원을 두기도 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와 중압감 속에서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IMF라는 격변의 시대를 지낸 후 그는 산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펜션을 운영하며 맑은 공기나 마시자는 마음으로 양양에 정착했지만, 계절 장사의 특성상 여름이 지나자 무료함이 밀려왔다. 사람들과 마주 보며 지내던 시간이 그리워지던 중, 현재 ‘작은 영화관’이 자리한 건물 1층이 오랜 기간 비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20년 공개입찰을 통해 임차했다.
양양 농특산물 판매 조건이 붙어 다섯 차례나 유찰됐던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 양양 해뜨미 햅쌀로 만든 ‘쌀 빵’을 중심으로 다양한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을 구상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양양쌀 해뜨미가 정말 맛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쌀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한 농가의 쌀만 고집하고 있어요. 밀가루 빵은 어디에서나 살 수 있지만, 건강을 생각한 쌀 빵은 흔치 않잖아요.”
기자가 찾은 오전 10시, 갓 구운 신선한 현미 식빵이 진열대에 올라왔다. 식빵은 나오자마자 매진되며, 지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실감하게 했다.
문 대표는 건강을 생각해 현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당뇨 환자를 위한 무설탕 빵 ‘깜빠뉴’, 팥을 듬뿍 넣은 단팥빵, 유기농 딸기로 만든 딸기 케이크, 고소한 향과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지닌 현미식빵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모든 빵에는 재료 선정부터 맛과 식감까지, 고객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철저히 따져 만든 문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코코양양은 빵과 커피 한 잔에 대화와 웃음이 머무는 사랑방이다. 지역 주민들이 빵과 커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적당히, 건강히, 즐겁게 사는 것
그는 빵을 기다리는 손님에게도 차 한 잔을 권하며 대화를 나눈다. 단순히 판매만 하기보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는 시간이 그에겐 더 소중하다. 어르신이 방문하면 판매용 빵도 기꺼이 대접하며 극진히 모신다.
“빵을 구매한 손님에게는 무료로 커피를 드려요. 빵에는 커피가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고, 손님들이 이곳에 머물며 나누는 이야기 듣는 걸 즐깁니다. 남은 빵은 어르신 복지기관에 기부합니다.”
문 대표는 매일 아침 가게 청소와 식빵 썰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에는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습니다. 저는 최저시급만 나오면 돼요. 스트레스 없이 재미있게, 벌 만큼만 벌자는 마음입니다.”
실제로 그는 직원 네 명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며, 빵이 모두 팔리는 날에도 “더 만들자”고 하지 않는다. ‘적당히, 건강히,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코코양양의 운영 철학이자 문철희 대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다.
“코코양양(co-co yangyang)이란 이름은 ‘함께(co)’라는 뜻의 접두사를 양양의 두 글자에 맞춰 붙인 거예요. ‘다 함께 잘 살자’는 의미죠. 빵 하나 팔아서 얼마나 남겠어요. 그보다 중요한 건, 함께 살아가는 이 순간이죠.”
사람이 머물고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 코코양양은 문철희 대표가 만들어낸, 작지만 단단한 로컬 철학의 결실이다.
홍기성 기자 cogsh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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