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속초출장소에서 열린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국적취득자들이 오른손을 들고 국민선서를 하고 있다.
“선서.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국민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지난 18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속초출장소에서 열린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국적 취득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선서를 외쳤다. 선서가 끝난 후, 한 명씩 앞으로 나와 국적증서와 함께 태극기, 그리고 속초출장소에서 준비한 수저 세트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귀화허가를 받은 6명과 국적회복 허가를 받은 9명 등 총 15명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거듭났다.
한 국적취득자가 국민선서를 낭독하고 있다.
국적증서 수여식은 2018년 12월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국민선서를 마친 후 국적증서를 수여받아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변경된 제도다. 단, 15세 미만이거나 뇌병변·지적장애·자폐성 장애를 가진 일부 대상자는 국민선서가 면제된다.
이번 수여식에는 속초시 배상요 부시장과 정재룡 지역경제과장이 참석해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들을 축하했다. 배 부시장은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하는 첫걸음을 의미한다”며 “속초시는 여러분이 자부심을 갖고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수 속초출장소장은 “여러분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한국어와 문화를 익히려는 노력만 있다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는 여러분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격려했다.
대한민국은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지만, ‘국적법’에 따라 65세 이상 국적 회복자의 경우 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날 국적을 취득한 이들 중 일부는 한국과 본국 국적을 함께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한국을 떠나 오랜 기간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새 출발을 다짐했다.
사이판에서 42년간 거주한 유은선(71) 씨는 국적증서를 받아 들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랜 세월 외국에서 살았지만, 늘 마음 한편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며 “형제·자매가 한국에 있어 남은 생을 함께 보내고 싶어 귀국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젊은 시절 미국으로 취업하면서 그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미국 국적도 취득하게 됐다. 유 씨는 “그 당시 한국 국적을 버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하며 “이제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노후를 보내게 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텍사스에서 38년을 살다 지난해 귀국한 동부재(76) 씨 역시 국적증서를 가슴에 품고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고향에서 언니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 국적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20년 넘게 생활한 한 국적 취득자는 “아이를 위해 귀화를 결심했다”며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 가족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적을 취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은 국적법 제10조에 따라 국적증서를 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본국 국적을 포기하는 증명서를 제출하거나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완료한 후에야 주민등록과 여권 발급이 가능하며, 기존 외국인등록증도 반납해야 한다. 법적 절차는 대법원 통보 후 약 3~4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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