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5년을 받은 2명을 포함해 14명에게 합산 64년이라는 징역형이 선고된 ‘동해안지구 고정간첩단사건’이 군 보안대의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허위진술 강요로 조작된 사건임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동해안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 18일 열린 제101차 위원회에서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사건 관련자 총 16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1969년 2월 동해안에 거주하던 납북귀환 이력이 있는 어부들과 이들의 지인 및 일가족 등 16명은 군 보안부대에 연행되어, 납북귀환 후 지하당을 조직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간첩행위를 했거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불고지죄 혐의로 구속 입건되어 2명은 무죄, 14명은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사건 진실규명신청서를 접수받은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2년 7월 5일 진실규명 조사개시를 결정하고 2년 7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진실화해위는 사건 판결문 및 수사공판기록과 국군방첩사령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에서 입수한 납북귀환어부 등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신청인과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술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군 보안부대는 동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되었다가 1964년 12월 귀환한 흥덕호와 1966년 2월 귀환한 행영호에 승선했던 어부 이○근, 김○섭, 고○길, 백○래를 중심으로 사건을 구성해 가혹행위를 통해 진술을 강요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진행했다”며,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군 보안부대 수사관들이 헌법과 법령을 위반해 진실규명 대상자들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구금하고 가혹행위를 통해 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납북귀환어부인 진실규명대상자에 대해 형사처벌 이후에도 본인과 가족에 대해 장기간 감시와 사찰을 진행했던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1969년 2월 육군보안사령부 김재규 사령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동해안지구 고정간첩단사건’으로 무고한 지역주민 16명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으로 간첩 주동자로 몰린 이○근(속초), 김○섭(고성 문암) 2명은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 이○근과 북한지역 탈출을 음모한 죄목으로 이○구(속초)는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 노동당 권유에 동조해 반국가단체를 구성한 죄목으로 김○건(묵호)은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 이○만(속초)과 최○군(삼척)은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납북되어 북에서 장모를 만나고 지령을 받고 귀환해 북한을 찬양했다는 죄목으로 고○길(속초)은 징역 5년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속초와 묵호에 거주하는 주민 7명이 이들의 간첩활동을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징역 1년~년6월의 실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집행유예까지 포함해 모두 14명에 선고된 형량을 합하면 징역 64년이나 된다. 이중 2명이 무죄선고를 받았으나, 한 피해자는 얼마 후 언론에 실명으로 간첩으로 보도된 충격과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번 진실화해위 진실규명결정은 신청 대상 피해자 4명만이 아니라 사건 피해자 16명 모두에게 해당되며, 이 진실규명결정을 근거로 피해자와 가족이 직접 재심을 신청할 수도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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