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와 경기도 가평군의 접경지역 편입을 골자로 하는‘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시행령’개정안이 지난 3월 11일 공포되어 속초시가 접경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접경지역은 우리나라의 안보 최전선이자 그 안에 거주하는 수많은 주민의 삶의 터전이다. 이들은 국가 안보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지난 70여 년간 기꺼이 자신의 권리를 양보하며 살았다.
안보를 위해 오랜 기간 특별한 희생과 아픔을 감내해온 우리 속초시민들의 지난날을 되새기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기존 접경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던 15개 도시는 접경지역법의 혜택을 받아왔지만, 속초시는 접경지역 지정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로부터 지원받지 못한 예산이 연간 대략 150억원 수준이다. 이를 법이 제정된 2000년도부터 합산해 보면 지난 20년 이상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받지 못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한 걸음 더 멀리 더 빠르게
지나온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 행동은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동서고속화철도 착공 및 역세권 개발, 크루즈 운항 재개, 문화도시 지정, 영랑호 관광단지 개발 등 민선 8기 속초시정 출범 이후 차근차근 준비하여 본격화되고 있는 현안들에 더해 이번 접경지역 지정으로 속초 백년대계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 만큼‘속초 미래 100년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민들과 함께 시작하고자 한다.
접경지역 사업은 지자체에서 발굴한 사업을 정부에서 지원하는‘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과 정부의 국가계획에 반영된 사업을 지원하는‘접경권 발전지원사업(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등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속초시에서는 접경지역 지정에 대비하여 접경지역 업무를 전담하는 접경지정책TF팀을 신설하고, 전 직원 대상 접경지역과 관련한 직무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여 접경지역 사업 발굴과 업무 추진을 위한 사전 준비를 끝내고, 7개 사업에 336억원 규모의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을 발굴하였다. 부지확보, 기본설계 완료 등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 사업들로 재원만 확보된다면 당장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
기존 접경지역 도시들은 매년 평균 60억원에서 180억원의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에 대한 국비를 지원받고 있다. 이 중 절반인 120억원의 국비 지원은 모든 준비를 끝마친 속초시와 70여 년간 안보를 위해 희생과 양보만을 해 온 속초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이자 권리이며, 정부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접경권 발전지원사업이다. 기존 접경지역의 발전지원 사업별 예산은 평균 500억원 이상이다. 더 빨리 접경지역이 되었더라면 우리 속초에 더 많은 변화와 기회가 있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도 들지만, 이제부터라도 한 걸음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가면 된다.
민심 얻지 못한 정책은 모래 위에 지은 집
맹자는 전쟁과 정치, 큰일을 성공시키려면‘천시’기회를 활용할 줄 아는 전략과 지혜가 있어야 하고, ‘지리’물리적 자원과 실행 가능한 기반이 마련돼야 하며,‘인화’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나,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했다. 속초시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 수립의 근간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민심을 얻지 못한 정책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은 것이다.
접경권 발전지원사업처럼 대규모 예산이 수반된 사업들은 허울뿐인 내용으로 입안되어 추진 과정에서 엎어지고 사장되는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시민들의 터전, 생활, 욕구와 동떨어진 탁상행정은 실패를 가져다줄 뿐이다. ‘가장 현명한 사람도 직접 보고 듣지 않으면 모른다.’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필자가 민선 8기 속초시장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지켜온 것이 있다. 매일 새벽녘에 관내 현장을 둘러보며 시민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부터 민원사항, 시정현안 등 시민들의 애향이 가득 담긴 이야기들이 속초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생활기반시설인 도시가스(LNG) 배관망 확대, 동서고속화철도 역세권 개발과 연계한 SOC 구축, 군사시설보호구역 고도제한 규제 등으로 낙후된 북부권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현안들을 접경지역 사업으로 추진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고 움직여야 할 때가 됐다.
속초는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고속철도 시대를 맞아 연간 2,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대한민국 제1의 핫플레이스 관광도시’이자 시민과 관광객의 편의를 집약한‘스마트한 9분 콤팩트시티’로서 무궁무진하게 준비된 정책들에 접경지역 지정이 마중물이 되어 시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비상의 시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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