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이 지난 4일 영랑호 부교 철거와 관련해 속초시의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속초시의회가 영랑호 부교 철거 문제를 두고 시민 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환경단체들이 시의원 개개인의 입장 표명과 신속한 부교 철거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 4일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눈이 오는 궂은 날씨에도 속초시청 앞에 집결해 ‘법원판결을 무시하는 시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경상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영랑호 부교 설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도 분명히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의회는 시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부교를 설치하는 데 동조했다. 그때 동조해 놓고 이제 와서는 부교 철거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의회는 시민의 대변자로서 부교 철거 문제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취해야 하며, 이를 회피하는 의원들은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시의원 이름을 한명 한명 호명하며 집회 참가자들과 피켓을 들고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서다은 씨는 “영랑호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자연 석호이다. 시의원이라면 시민들에게 자연 석호가 갖고 있는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보여주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권 세력을 대변하고 경제 논리만 앞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 본회의가 진행 중인 속초시의회로 들어가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환경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영랑호는 이미 수질 개선을 위해 52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지출됐다”면서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본분을 잊고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게 한 예산 낭비의 공범이며, 주민여론 반영 운운하며 시간을 끄는 행위 또한 추가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의원들은 정정당당하게 ‘영랑호 부교철거’에 대한 생각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8월 법원은 영랑호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21년 설치된 부교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철거를 결정했다. 그러나 철거 시한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 및 철거 예산 반영에 대한 시의회의 동의가 필요해 6개월이 넘도록 철거가 지연되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에서 집행기관이 시민 의견 수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5년 공유재산관리계획 안건 중 부교 철거 내용을 삭제한 채 수정, 의결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지난달 시의원 개개인의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시의회는 개별 의원이 아닌 시의회 명의로 입장문을 회신했다.
시의회는 입장문에서 “부교 철거에 대한 후속 절차 추진 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의원 간 논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시의회는 지난해 11월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계획했으나, 패널 부족 등의 이유로 취소된 바 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