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해수욕장 남쪽에 위치한 새마을은 속초를 찾는 젊은 관광객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968년 해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이 모여 새로 조성한 마을이라 하여 새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낡은 주택들과 좁은 골목길의 풍경이 정겹고 아기자기한 감성을 자극한다. 최근 5년 내 젊은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개성 넘치면서도 감각적인 가게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조용하고 한적했던 마을은 점차 새로운 활기가 스며드는 중이다. 캔들공방 ‘룩앳미타임’도 그중 하나이다.
“청대마을 쪽에서 새마을로 이사온 지는 6개월 정도 됐어요. 요즘 뜨는 동네라고 소문나서 안 그래도 지켜보고 있다가 들어오게 됐죠. 작년 8월에 한창 오픈 준비 공사할 때도 사람들이 수영복 입고 튜브 낀 채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더라고요.”
김민지(32) 대표가 운영하는 캔들 공방은 붉은 벽돌로 지은 한 오래된 건물의 1층에 있다. 간판은 차양막에 작은 글씨로 ‘Look at, me time’이라고 적혀 있어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공방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체크무늬 통유리 창과 민트색 문이 따스한 기운을 풍긴다. 공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기분 좋은 향초 내음이 감싸 안았다. 매장 이름도 힐링과 비슷한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한다.
“가게 이름을 엄청 고민할 때 제 눈에 띄었던 게 ‘미타임(me-time)’이라는 영어단어였어요. 나만을 위한 힐링, 휴식 시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걸 알게 됐는데, 보통 마음을 차분하게 갖고 하루의 마무리를 돌아보고 싶을 때 초를 켜잖아요. 캔들공방인 만큼 ‘나만의 시간을 바라보자’라는 느낌으로 룩앳미타임(Look at, me time)이라고 지었어요.”
속초시 조양동 새마을에 위치한 캔들 공방 룩앳미타임 외관.
3년 전 속초에 내려와 첫 창업
김민지 대표는 아무 연고 없는 속초로 내려오자마자 캔들 공방을 오픈했다. 벌써 3년이 흘렀다. 그전까지 경기도 하남에서 쭉 살아왔던 그는,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고, 타인이 자신을 모르는 새로운 곳에 가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한다. 첫 사업이라서 걱정이 많았지만,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와서 하면 할 수 있구나’ 조금씩 자신감과 용기를 얻어가는 중이다. 스스로 향초처럼 향이 나는 걸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손님들이 손재주가 좋다고 얘기해주실 때마다 스스로도 자신의 재능에 대해 알아가게 된다.
김민지 룩앳미타임 대표가 시그니처 상품인 ‘대관람차 캔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관람차 캔들, 투명하고 시원한 느낌의 바다 캔들, 곰돌이 캔들, 속초의 사계절을 표현한 틴케이스 캔들 등 공방에 진열된 ‘룩앳미타임’의 캔들은 속초만의 감성을 가득 담아 여행객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성인, 키즈, 취미반, 자격증반 등 캔들 원데이클래스도 운영하는 그는 재방문하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원데이클래스를 찾는 사람들의 80%는 관광객이라면서 그는 처음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김 대표 자신이라면 여행을 가서 2시간을 한곳에 매여 배우는 것을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듯 한데, 진득하게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객이 많음에 놀랐다고 한다.
‘룩앳미타임’에서 상시 모집 중인 바다컨테이너 원데이클래스. 키즈, 성인 모두 참여 가능하다.
‘속초해변 소품샵 지도’ 제작
여행객들을 위한 놀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김민지 대표와 같은 동네의 소품샵 사장님들은 의기투합해 ‘속초해변 소품샵 지도’도 제작했다. 손바닥만한 엽서 크기의 지도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호응이 컸다.
“새마을에 저희 포함해 네 군데가 있는데, 서로 가까운 곳에 몰려 있으면서도 품목이 다 달라요. 그래서 사람들이 새마을에 왔을 때 여기저기 구경할 수 있는 재미를 주자는 생각에 함께 만들었는데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비록 네 군데밖에 없지만 지도를 갖고 여기 오면 네 가게는 무조건 다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요.”
다른 가게 사장님들도 타지에서 속초로 이주한 경우가 많고, 나이대도 비슷한 데다 같은 장사를 하고 있다 보니, 대화도 잘 통하고 서로 의지를 많이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자체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청년 소상공인의 상점과 활동을 드러낼 수 있는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희가 직접 만들어 보니까 반응이 좋아서 이 동네에만 국한돼 있기에는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속초 곳곳을 잘 들여다보면 청년 상인분들이 로컬 감성, 또는 트렌디한 개성을 살려 운영하는 숨은 핫플이 많거든요. 여행 오시는 분들이 ‘속초는 갈 곳이 많다’고 한눈에 느끼기에는 지도가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민지 대표에게 앞으로의 꿈과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속초에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내려온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그저 늘 불안하고 겁이 많아 일단 하고 보는 청년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하기도 전에 안 될 것부터 생각했다면 지금은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계속 하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나아간다.
새마을에 자리한 소품샵 사장님들이 함께 직접 만든 소품샵지도.
그의 공방 이름인 룩앳미타임(Look at me time) 그 뜻 그대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바라보는 데 집중하는 삶을 지향한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저희가 상점, 공방을 운영하는 걸 보면 ‘젊은 사람들이 대단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막상 저는 그분들이 살아온 과정을 이제 시작하는 단계니까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요.
저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나의 사업을 하면서 내가 대담한 면도 있지만 바보같기도 하다며 스스로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나를 되돌아보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네요.”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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