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을 기념하고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날입니다. 1909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1975년 유엔 공식 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날은 여성들이 성평등을 위해 이루어낸 진전을 축하하는 동시에, 여전히 존재하는 성별 격차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합니다.
여성의 날에 항상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슈는 성인지 예산입니다. 성인지 예산(Gender-Responsive Budgeting, GRB)은 공공 재정 관리에 성평등 관점을 통합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정책과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자원을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여성을 위한 예산만은 아닙니다. 성평등을 고려하여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어냅니다.
예산은 단순히 재정적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여성은 종종 경제적, 사회적 위기에서 더 큰 부담을 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COVID-19 팬데믹 동안 여성들은 돌봄 노동과 공공 서비스 축소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성인지 예산은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중심의 정책과 프로그램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보건, 영양, 사회 보호 등 여성 지원을 위한 우선 정책을 예산에 반영했습니다.
성인지 예산의 성공 사례는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캐나다, 프랑스, 멕시코 등은 성인지 예산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성평등을 위한 재정 정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우간다는 성인지 예산을 통해 여성의 경제적 참여를 확대하고, 공공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은 성인지예산을 법제화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제도 도입은 시작일 뿐 제도 운영의 디테일이 문제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이 부분을 총괄하기는 하지만 재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재부는 속성상 관리의 차원에서 참고할 뿐입니다. 따라서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개선이 필요합니다.
첫째, 재정거버넌스입니다. 기재부와 여성가족부의 역할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최소한의 협의권이라도 있어야 여성정책에 대한 평가가 의미가 있어집니다. 지속적인 투자, 성평등을 위한 재정적 투자는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둘째,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정책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성별 분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셋째, 투명성과 평가가 필요합니다. 예산 집행 과정을 추적하고,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여 필요한 경우 수정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여성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성평등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정책을 촉구하는 날입니다. 성인지 예산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번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관련 보고서를 담아 특집호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매우 디테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제도의 도입은 시작일 뿐 구체적인 운영을 모니터하고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사회의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널리 보아 주십시오.
*이번 호부터 본사가 소속돼 있는 바른지역언론연대의 공동 칼럼을 게재합니다. 그 첫 번째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의 칼럼을 월 1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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